온실가스 배출문제 심각 기후변화 악영향 불보듯
경제 부담 최소화 위해 각국 감축목표 눈치작전
효과적인 감축정책 위해 부처-부문별 지혜 찾아야
경제 부담 최소화 위해 각국 감축목표 눈치작전
효과적인 감축정책 위해 부처-부문별 지혜 찾아야
![[시론] 온실가스감축, 효율화 방안 찾아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1102102351607001[1].jpg "[시론] 온실가스감축, 효율화 방안 찾아라")
50년 혹은 100년 후에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지구에서 살게 될까. 50년 후는 우리가 지금 얼굴을 맞대고 있는 자녀와 손자들이 살게 될 별로 멀지않은 미래다. 혹시 투마로우(The day after tomorrow)라는 환경영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갑작스럽게 빙하가 덮치거나 아니면 인터스텔라에서처럼 흙먼지가 휩쓰는 건조한 지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부터 50년 전에는 여름이라고는 해도 38도나 되는 폭염은 없었고, 해변에 해파리나 아열대성 어류들이 출몰하지는 않았으며, 최근과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도 흔치 않았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을 감안하면 50년 후는 아마 상당히 힘들고 삭막한 지구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정해본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협의체(IPCC)는 2001년에 발간한 3차 특별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자연적 요인이 아닌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고 현재의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1세기 안에 지난 1만 년 간 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의 감축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고자 하고 있다. 실제로 어느 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궁극적인 목표에 반대하는 국가는 없다. 다만 누가 얼마나 어떻게 줄이는가에 대하여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은 공업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주기를 바라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은 각국의 경제와 산업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각국 정부는 자국에 유리한 조건과 감축량을 정하느라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출전망치란 특별한 조치 없이 늘 하던대로 산업이나 생활이 영위될 경우에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말한다. 금번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시에 추정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8억5060만톤이므로, 이를 37% 감축한 5억3587만톤을 배출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감축목표 확정에 앞서 정부는 감축목표를 14.7%, 19.2%, 25.7%, 31.3% 로 하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 산업계와 여론의 향배를 조사한 바 있다. 일부 시민, 환경단체는 기존의 2020년 30% 감축안 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고, 전경련과 발전·에너지업종 기업들은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현실화 및 감축목표치 수정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제시한 감축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녹색기후기금(GCF)의 유치 등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과 선도적 역할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되 25.7%는 국내에서 감축하고, 11.3%는 국제시장을 활용해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또한 산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산업계로부터의 감축은 배출전망치의 12%만 분담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각 국은 국제적으로 체면은 살리면서도 경제에 부담을 최소화할 감축목표를 설정하기 위하여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여기에 압박을 가한 국가가 미국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미온적이던 미국이 지난 8월 2일에 203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퇴출시키겠다는 청정전력계획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로 만들거나 아예 폐쇄하여 2030년에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말 주요 정책의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할 예정인데 벌써 탄광업과 발전산업에 경제를 크게 의지하고 있는 와이오밍, 웨스트버지니아 등 20여개 주는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총량 중 약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발전산업이 전체 감축목표 3억1500만톤 중 약 1억톤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공급을 할 때는 가장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소부터 운전하다가 전력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순차적으로 고비용의 발전소를 운전한다. 당장 전력공급 시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발전소의 순서를 원자력, 석탄, LNG, 열병합 및 중유발전소 순에서 석탄과 LNG 발전소의 위치를 바꿔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LNG발전의 전력단가가 석탄발전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도 적자라는 전기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산업계와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힘든 현실이지만 지금 얼굴을 맞대는 우리의 자녀들과 손자들, 그리고 다시 그들이 얼굴을 맞대고 지켜볼 그들의 자녀들과 손자들이 살 지구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비용지출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환경부가 주도했을 지라도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고통은 산업계 그리고 국민이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것을 통감하여 정부의 전 부처와 정치인들은 가장 비용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강구해 집행하여 주기 바랄 뿐이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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