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 감염된 불법SW 쓰다가 '좀비PC' 될 수도…
BSA "불법 SW 이용률 높은 국가, 악성코드 발견율 높아"
복제ㆍ배보과정 보안 취약… 사용자 3명 중 1명 위험 노출
BSA "불법 SW 이용률 높은 국가, 악성코드 발견율 높아"
복제ㆍ배보과정 보안 취약… 사용자 3명 중 1명 위험 노출
![[알아봅시다] 불법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위협](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2002101860800001[1].jpg "[알아봅시다] 불법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위협")
"나는 불법 촬영된 동영상이나 유출된 음악 등을 인터넷에서 공짜로 내려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자신 있게 손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당한 이용료를 내지 않고 불법적인 경로로 운영체제나 문서파일 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한 경험도 적지 않을 겁니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은 그 자체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개발자, 창작자들을 죽이는 행위입니다만, 당장 내가 사용할 때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이 내 PC나 스마트폰, 애지중지 관리하는 나의 민감한 데이터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공격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간 많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악성코드에 감염되기 쉽다는 주장을 해 왔습니다.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좀비PC가 돼 컴퓨터 저장장치가 파괴되거나 시스템이 망가지기 일쑤고 다른 사이버 공격에 악용되면서 민감한 정보를 해커에게 모조리 빼앗길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수 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자금융사기 방식을 보면 파밍, 메모리해킹 등 각종 금융사기 악성코드에 감염돼 은행에 보관해 놓은 전 재산을 하루아침에 도둑맞기도 합니다.
이토록 위험한 악성코드 감염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에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을 방지하고 정품 사용을 계몽하는 국제단체 '소프트웨어연합(BSA)'은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과 악성코드 감염 사이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통계적 입증을 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는 불법 소프트웨어의 사용과 악성코드의 발견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불법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악성코드 발견의 예측에 있어 중요한 변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과 2009년 콘피커 웜(Conficker worm)이 세계 각지의 컴퓨터로 확산되고 있을 때, 보안 분석가들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을 경우 콘피커 웜에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몇 년 뒤에는 세계 90여개국에 걸쳐 500만대의 '좀비 컴퓨터'를 양산한 시타델 봇넷(Citadel botnet)의 소탕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좀비 컴퓨터 중 일부의 감염 경로가 밝혀졌습니다. 범인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시타델 악성코드로 먼저 감염시킨 뒤 이를 불법으로 유통시켰던 것입니다. 2013년 미 연방수사국(FBI)은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면서 불법 소프트웨어가 악성코드를 포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소프트웨어와 보안 위협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 IDC는 인증 데이터(authoritative data)를 확보할 수 있는 81개국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과 사이버보안 위협을 분석했습니다. 불법 소프트웨어 비율과 관련한 자료는 IDC가 BSA의 요청으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조사 보고서'(Global Software Survey)를, 사이버보안 위협 정보는 매달 사용자 6억명의 컴퓨터 활동을 관찰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보안 정보 보고서(Security Intelligence Report)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조사 결과 예상은 했지만 명확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불법 소프트웨어 비율과 악성코드 발견율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조사대상 81개국 중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률이 높은 국가일 수록 악성코드 감염률도 정비례해 높아졌다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IDC는 두 변수 사이에 통계적으로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상관관계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0.79로 나왔는데 계수가 1이 된다면 이는 완벽한 일치를 의미하며 1에 가까울 수록 상관관계가 높은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 상관계수가 0.5만 넘어도 '유의미하다', 즉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흡연과 폐암의 상관계수는 0.72이고, 학력과 소득의 상관계수는 0.77, 반부패정책과 경제성장의 상관계수는 0.77에 달합니다. 따라서 0.79라는 상관계수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이 악성코드 감염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론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조사 대상 국가 중 미국의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 비율은 18%였고 분기당 악성코드 발견율 평균은 13%였습니다. 반면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 비율이 84%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분기당 악성코드 발견율 평균 역시 44%에 달했습니다. 브라질도 각각 50%, 31%를 기록했습니다.
상관관계가 높다고 두 요인이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일례로 미국의 아이스크림 판매와 살인율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로 파악되고 있죠. 때문에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이 악성코드 감염을 초래한다는 '인과관계' 증명은 또 다른 연구가 수반돼야 합니다.
BSA와 IDC는 이 부분에 착안해 변수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에 힘썼습니다. IDC는 조사에 앞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와 함께 2014년 실시한 연구에서 불법 소프트웨어 내에 상당수의 악성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후 판매된 PC와 불법 소프트웨어 DVD,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불법 소프트웨어 및 인증키 등을 대상으로 800건 이상의 검사를 실시했으며,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 미주에 걸쳐 1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경우 평균 3명 중 1명 꼴로 악성코드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 악성코드 감염률에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불법 소프트웨어의 수를 곱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된 소프트웨어의 수는 5억개가 넘는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연구는 소프트웨어 사용자 중 40% 이상이 자동 보안 업데이트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이 역시 PC의 악성코드 감염 원인이 됩니다.
물론 모든 사이버보안 위협이 악성코드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악성코드가 불법 소프트웨어로 인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악성코드는 불법 소프트웨어로 인해 발생하며, 대부분의 악성코드는 사이버보안 위협의 원인이 된다는 점은 매우 분명합니다. 이번 조사결과가 기업 및 정부, 일반 소비자에 분명히 시사하는 점은, 불법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사이버보안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명쾌한 한 가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관리 정책 및 절차를 실시해야 하며,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위험은 소프트웨어 내에 심겨진 악성코드와 악성코드가 전달될 수 있는 웹사이트나 데이터, 그리고 보안 업데이트 설치를 미루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습관 속에 잠재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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