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모유수유와 약물 복용](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2002102269788001[1].jpg "[발언대] 모유수유와 약물 복용")
모유가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고 수유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산모들 사이에서 모유수유 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82%가 분유 수유보다 모유수유가 좋다고 응답할 만큼 모유수유의 장점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초보 엄마들이 모유수유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다. 특히나 산모가 B형 간염 보균자 이거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모유수유의 시작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국민건강통계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모유수유를 시작하는 빈도는 88%로 높은 반면, 12개월 이상 유지하는 경우는 39.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러한 산모들의 오해와는 달리 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유수유가 금기되거나 수유를 중단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감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모유수유가 산모와 아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진료 현장에 있다 보면, 잘못된 상식으로 모유수유를 중단하거나 질환이 있음에도 약을 먹지 않고 모유수유를 고집하다가 되려 산모 건강을 헤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실제로 B형 간염 보균자의 경우 모유를 통한 수직감염을 우려해 수유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기가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B형 간염 예방주사와 면역 글로불린을 접종하면 모유를 먹여도 안전하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도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경우 B형 간염 보균자 산모의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이외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병, 고혈압 증상이 있는 산모도 복용하는 약물만 조절하면 모유수유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수유 중 약을 먹으면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 감기약을 먹지 않고 수유를 고집하다 탈이 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의사와 상담해 모유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감기약으로 처방해 달라고 해서 먹으면 된다. 이렇듯 항생제, 해열제, 항응고제 등 단기 질병에 사용하는 약은 대부분 안전하다. 수유 기간 중 치료를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해 모유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약으로 처방 받으면 된다.
모유는 하늘이 내린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산모와 아이를 위한 모유수유의 이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산모가 질환이 있거나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 주변 정보나 속설에 의지해 모유를 중단하기 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산모와 영아의 합병증 위험과 모유수유의 장점을 비교한 후 수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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