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커뮤니티 운영이 밑바탕
수리업체 - 소비자 연결 '개척' 누적 견적서만 8000건 이상
차량용품 쇼핑서비스도 계획
수리업체 - 소비자 연결 '개척' 누적 견적서만 8000건 이상
차량용품 쇼핑서비스도 계획
(18) 카닥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컴퓨터 열풍이 불던 시절, 소위 잘 나가던 동호회가 있었다. 전국에서 컴퓨터 좀 할 줄 안다는 이들 수만 명이 모인 국내 최대 컴퓨터 동호회 'OSC'. 당시 컴퓨터 전문가였던 안철수 안랩 창업자가 고문으로 활동할 만큼 이름났던 이 동호회는 2000년 초반 PC통신 하이텔 동호회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 동호회에서 수장(시샵)을 맡았던 이는 절대 동호회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동호회를 만든 건 6년 후인 2006년. 당시 국내 들어온 수입자동차 엔진오일에 결함이 있다고 항의했지만, 수입차 업체 반응은 시큰둥했다. 더 많은 목소리를 모아야 했다. 그렇게 다시 만든 카페는 현재 국내 최대 수입차 관련 커뮤니티 중 하나가 됐다. 이 경험을 사업까지 연결한 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분야 불모지인 자동차 시장을 개척한 카닥의 이준노 대표(사진)다.
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예전에 커뮤니티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부질없는 짓이라고 후회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후회 속에 다시 만든 커뮤니티가 지금 창업의 가장 큰 바탕이자 힘이 됐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람의 일이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닥은 오프라인에 있는 자동차 외장 수리(도금, 판금 등) 업체와 소비자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수리가 필요한 차량 사진을 앱에 올리면 수리 업체들이 견적서를 올린다. 이용자는 견적서를 비교해보고 원하는 곳을 선택해 수리를 의뢰할 수 있다. 사진을 올리면 평균 10분 이내에 견적을 받아볼 수 있다.
이 앱은 2013년 초반 나왔다. 이렇게 오프라인에 있는 매장을 앱과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주목받았다는 점을 미뤄볼 때, 카닥은 자동차 분야에서 거의 첫 O2O 서비스나 다름없다. 특히 외장 수리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은 획기적 시도였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기획하지 않았다.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근무 시절, 사내 벤처 아이디어 공모에서 우연히 아이디어가 선택됐던 것. 평소 카페를 운영하며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서비스가 채택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시작한 카닥은 3개월 만에 첫 서비스를 내놨다. 당시 카닥에 등록된 외장수리 전문업체는 6개. '과연 6개 업체만으로 이용자들이 몰릴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평소 커뮤니티에서 알아온 업계 지인과 서비스 동향 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업체를 만나 설득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그나마 운영하는 카페를 알고 있던 분들이 많이 있어서 처음 들어보는 서비스인데도 많이 믿어주고 함께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 후 2014년 1월, 카닥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떨어져 나왔다.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5명이 함께 나왔다. 모두 30대 중·후반이었다. 대기업을 버리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지만, 그 선택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등록한 매장이 이전보다 200% 이상 늘었다. 지난달 기준으로 카닥에서 8000건 이상 견적서가 오고 갔다. 앞으로 타이어, 자동차 시트 등 다양한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 서비스도 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자신처럼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유명한 벤처 투자가인 폴그레이엄이 한 강의에서 스타트업이야 말로 꼼수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스타트업은 연줄이나 주변 도움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 이 걸 믿고 많은 젊은이들이 꼼수 대신 열정으로 창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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