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인공지능`과 대학의 위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0402102251607001[1].jpg "[디지털인문학] `인공지능`과 대학의 위기")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논쟁의 핵심은 인공지능발전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는 가로 수렴된다. 그러나 이 와중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실종되고 있다. 그것은 지성에 관한 논의이다.
인간은 지능의 차원을 넘어선 지성적 존재자이다. 그런데 지능(intelligence)은 무엇이며 지성(intellect)은 무엇인가. 이미 일상에서는 지능과 지성은 구별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지능적 범죄는 있어도 지성적 범죄는 없다. 그리고 지능적 전문인(professional)에게 기대하지 않는 가치를 지식인(Intellectual)에게는 기대한다. 그러나 지능과 지성 사이에 존재하는 엄연한 차이를 현대 인지과학이나 정보공학은 논의할 수 없다. 이러한 학문들은 인간의 능력을 오직 지능에 국한 시켜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능과 지성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칸트 이후 독일 관념론 철학의 혜안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지능은 칸트식으로 말하면 이성의 낮은 단계인 오성에 속하는 능력으로 계산과 논리적 추론의 영역이다. 이러한 능력은 정해진 알고리듬이나 규칙에 따르는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지성은 비판적 성찰을 수행하고 숭고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렇게 지능을 능가하는 지성의 능력이 있기에 인간은 단순히 논증이나 계산으로 도달할 수 없는 행위의 영역에 들어선다. 그 영역이 바로 도덕과 예술의 영역이다. 실로 인간은 자신의 이해득실 계산에 예속되지 않고 타인들을 배려하는 도덕적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희생시키는 자들은 도덕적으로 비판한다. 또 우리는 위대한 예술작품에서 어떤 숭고한 감동을 받으며 삶의 근원에 대한 초월적 성찰로 인도된다. 금년 국내에 전시된 마크 로스코 같은 작품은 이를 증명한다. 스티브잡스가 고백하듯 그의 작품 앞에선 많은 사람은 삶의 근원에 대한 숭고한 감동을 공유한다. 이 모든 것은 계산과 논리적 추론으로는 실행할 수 없는 인간 지성의 차원이며 따라서 기계나 컴퓨터로는 도저히 시뮬레이션 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과거 지성의 전당이라고 불렸던 대학에서 조차 지성에 관한 논의는 거의 사라졌다. 대학에서 연구 개발되어야 할 것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그 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다. 심지어는 대학의 운영조차 논문수의 계산에 따른 평가와 금전적 보상 같은 지능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판적 성찰과 숭고의 감동을 추구하는 지성적 실천은 추방당하고 있다. 이제 대학에는 지능인은 넘쳐나도 지식인은 거의 없다.
사실 인류의 미래와 관련하여 심각한 위기는 인공 지능을 공학적으로 제작하려 하는 시도의 바탕에 숨어 있는 인간관을 대학에서조차 비판적으로 간파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사실 여기에는 트랜스휴머니즘과 같은 인간관이 침투해 있다. 이러한 인간관은 인간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이유를 오직 인간의 지능에서만 포착하고 이 지능을 공학적으로 급속히 진화시킴으로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미래의 인간을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트랜스휴먼의 인간관은 실로 인간에 대한 편협한 이해 아래 역사에서 지성이 해온 역할을 무시하고 있다. 사실 지성이 없었으면 인류의 역사는 보다 더 도덕적인 가치나 숭고한 차원을 향한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는 이 도전의 위대한 성취이다. 역사에서 발전은 진화가 아니라 승화이다. 역사는 인간의 지성이 없었으면 이념적 승화가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에 그쳤을 것이다. 그래서 되뇌어 본다. 지성의 전당, 대학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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