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oT, `인문`과 결합하라

입력: 2015-09-14 18:58

폰트

IoT 오작동 인한 사회적 우려 아직도 여전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기술과 인문 소통 필요
장단점과 안전성 등 평가해 IoT 성장 길 열어야

권오병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2105년에 일어난 정보기술의 새로운 조류로 빅데이터, 디지털금융과 함께 단연 사물인터넷을 꼽는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2015에서 한국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개념이 장착된 헬스케어 기기 및 스마트홈을 선보였다. 이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2015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이 기조연설에서 사물인터넷을 화두로 던졌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이제는 많은 종소기업들과 스타트업들도 사물인터넷 시장에 뛰어드는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대중소 상생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 사물인터넷협업센터'를 개소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물인터넷을 비콘이나 NFC 응용 정도로 이해했으니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아직 신중하다. 사생활 보호 및 보안 문제, 오작동으로 인한 사회 혼란이 자주 등장하는 걱정거리다. 근대 문학의 죽음을 이야기한 엘빈 커넌처럼 기술지본주의의 힘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리타니 고진과 같이 현 세태를 성찰하고 이것을 변화 가능태로 보아 거부, 조정하려는 시각의 사람들은 사물인터넷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본격 확산을 거부할 것이다.

문제는 사물인터넷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엘빈 커넌들과 기리타니 고진들 사이의 긴장을 기업들이 충분히 검토하면서 사물인터넷을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느냐는 점이다. 또 하나 염려되는 것은 언제라도 당장의 먹거리가 아니라고 여겨지면 그 조급함에 사물인터넷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관련 사업을 폐기하고 또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떠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영향력을 확장하고픈 대중과 이들로부터 차별화되려는 엘리트 집단과의 갈등을 현대사회의 일반적 특징으로 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시각에서 잘 해석된다. 즉, 기술선도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선도 기업에게 사물인터넷은 다른 추격 기업들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마케팅 용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케팅 효과가 사라지면 이내 다른 용어를 활용함으로써 또 다른 차별화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물인터넷을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사물인터넷을 그저 스쳐가는 유행어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정보화사회가 존속되는 한, 사물인터넷은 이들의 필수품 격인 초연결사회의 중요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은 사물인터넷이 주는 효용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이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전에 그 장단점, 안전성, 영향성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무결성을 보장할 때까지 보완해야 한다. 둘째, 기술과 인문의 소통이다. 기업은 앨빈 토플러가 이야기한 에코스파즘(Ecospasm), 즉 사회의 파행적, 가속적 변동으로 인한 발작적 경제위기를 조심해야 한다. 자칫 사물인터넷의 부작용이 예측하지 못한 사회적 파행을 부르고, 이에 따라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사회 변동이 발생할 때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인문사회가 경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고음이 항상 잘 들려지도록 하는 소통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으로 펼쳐질 것 같은(be likely to) 미래사회와 사람들이 꿈꾸는 펼쳐져야 할(ought to) 미래사회 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인문학의 고뇌와 목소리는 사물인터넷 구축과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

소설가 박상륭의 '？'이라는 신조어는 몸과 말, 맘의 합성어로 몸의 우주와 마음의 우주는 말씀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몸의 우주, 즉 '사물'들의 네트워크(Net of Things)와 마음의 우주인 '마음'들의 네트워크(Net of Minds)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 방식으로 소통하는 진정한 인터넷(Inter-Net)의 장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은 마음-사물인터넷이어야 성공한다.

권오병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