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SW교육법 제정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21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SW교육법 제정해야")
초중등소프트웨어(SW)교육의 윤곽이 드러났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실과 과목의 일부로, 중학교에서는 34시간을 '정보'라는 이름의 독립 필수과목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다른 선택 과목을 수료한 다음에야 선택할 수 있었던 심화선택 과목에서 일반선택 과목으로 변경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교육부와 미래부는 선도학교를 선정하여 시범 교육을 실시하며, 교사의 연수를 시작했다. 교과서 준비와 온라인 동영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미래세대에게 그들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들이 살아갈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읽고, 쓰고, 셈하는 것에 더하여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수적 소양이 됐다. 남이 만든 SW를 사용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작성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컴퓨터언어를 구사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능력, 즉 코딩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핵심은 코딩교육의 도입이다. 코딩교육은 외국어 교육과 같아서 일찍 시작하면 쉽게 배우고 평생 잘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코딩 능력은 미래 세대에게 직업선택의 폭을 넓혀 주게 될 것이다.
코딩교육은 창의력 훈련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코딩교육은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다. 논리적 사고력과 발표력을 키운다. 점진적 개선을 통하여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을 경험하고 공동작업으로 큰 문제를 같이 푸는 즐거움도 맛본다. 암기 위주의 우리 교육에 코딩교육이 변화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지는 읽을 수 있으나 교육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공 교사가 부족하다는 등의 현실적 어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권을 넘어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정권의 의지를 반영한 교육정책이 정권이 바뀌면서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 전례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과목과 스마트교육 드라이브가 그 대표적 사례다. 지금도 안전교육, 인성교육 등의 새로운 학습 주제가 학교 현장에 넘친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계속되는 연수에 피곤해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법정주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과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은 정치 환경이나 정권의 의지에 따라 쉽게 바뀐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학교마다 컴퓨터 교실을 만들고 전공 교사를 채용했다. 2000년에는 전국에서 85%의 학생이 정보과목을 수강했다. 그러나 그 후 몇 차례 교육과정개정을 겪으면서 현재 정보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5%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보과목은 없다. 한 때 정보전공으로 채용된 교사들은 수학, 한문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SW교육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게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일까. 미국 하원에서는 여야가 합의하여 컴퓨터과학교육법의 발의에 나섰다. 21세기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컴퓨터과학이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천명하고, 컴퓨터과학을 초·중·고의 핵심 과목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 예산을 사용하도록 법제화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모아서 SW교육법을 제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 정권 차원을 넘는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국회에서의 법제화밖에 없다. 학교체육 강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처럼 SW교육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이 법에서 SW교육의 중요성을 선언하고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자. 교사를 확보하고 교재 개발에 투자하여 세계 최고의 SW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협의해 SW교육 진흥에 관한 기본 시책을 5년마다 수립하여 시행케 하자. 이는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기술의 특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하다. 교육감에게 협조를 구하는 조항과 SW교육중앙위원회를 설치하는 조항도 포함하자.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속히 전공 교사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규 채용을 촉진함은 물론 교사의 전환교육을 지원하는 내용도 있었으면 좋겠다.
국가의 강력한 SW교육의지를 표명하는 이 법이 제정되면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물론, 교육감과 학교장, 그리고 현장의 교사들이 정권의 의지에 관계없이 SW교육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SW교육! 그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위해 SW교육법 제정이 필요하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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