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10개 완성차업체 협의… 현대차, 예정대로 적용 확대
교통안전 선진국인 미국이 비상 시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긴급제동장치(AEB)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자동차 안전장치인 안전벨트와 에어백처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작동하는 '사후' 장치에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로 진화하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운수부는 BMW,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마쓰다,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토요타,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등 10개 완성차 업체와 AEB 의무 장착과 관련한 협의를 했다.
AEB는 충돌 등 사고 위험 가능성이 커지면 자동차 스스로 제동장치를 작동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권장하는 사양이다.
미국 정부는 차량에 긴급제동장치을 의무로 장착하면 에어백만큼이나 자동차 사고에 따른 피해를 줄여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HTSA에 따르면 교통사고의 90% 가량이 운전 부주의와 산만한 운전습관 때문에 발생하는데, AEB가 이를 최대 30% 줄여준다.
앤서니 폭스 운수부 장관은 이번 합의에 "자동차 충돌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단계에서 이제는 사고를 미리 막는데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자동차 안전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자발적으로 미국 정부의 뜻에 따르기로 합의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 혼다 등은 이번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업체는 AEB의 의무 장착 시 많게는 수백만원의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점을 우려해 참여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에 민감한 볼륨 메이커들은 AEB에 적극적일 수 없다. 단순하게 센서 비용만 계산해도 수백만원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로스카인드 NHTSA 국장은 "안전은 경쟁 우위가 아니"라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현대차는 이번 협정과 별개로 해당 기술의 차량 탑재에 있어 계획대로 적용 범위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AEB를 처음 선보인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투싼에 이어 준중형급인 신형 아반떼에도 AEB를 선택 패키지로 추가하는 등 전 차종으로 차차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재웅기자 ripbird@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