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시 전부터 주요 포털 검색 실시간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10. 이 운영체제(OS)가 스마트폰 시대에 고전하는 PC 시장의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는지 직접 보기 위해 지난 17일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평일 한낮의 용산전자상가는 한산했다. PC 부품을 주로 취급하는 19, 20동 나진상가는 상인들의 점심을 배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음식점 배달원들의 발소리만 들렸다. 곳곳에 비어 있는 점포의 모습은 불과 10여년 전 국내 최대 전자제품 판매장이었던 용산의 오늘을 보여주는 듯했다.
PC 부품 도매를 하는 김관수 아이넷시스템 팀장은 "윈도10 출시 이후 매출에 특별한 변동은 없고 오히려 윈도7 부품 가격이 10보다 비싼데도 많이 나간다"며 "아직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윈도10 업그레이드를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윈도10 버그가 어떤 것이 생겨날지 몰라서 내년이나 돼봐야 매출차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장 한쪽에는 부품이 수북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게임용 조립식 컴퓨터 매출도 꾸준했지만, 애프터서비스(AS) 문제와 휴대폰게임의 대중화로 이마저도 어제 한 개 팔았다"며 씁쓸해 했다.
실제 IT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정체에 빠지고, PC 가격비교 사이트가 생겨나면서부터 용산전자상가의 대부분 상점은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나진상가의 한 상인은 "인터넷에서 100원짜리를 반 가격으로 후려치는데 오프라인 매장이 당할 재간이 있나"라며 "다섯 집에 한집 꼴로 문 닫고 나갔다. 더러는 매장을 창고로 쓰는 집도 있다"고 말했다.
나진상가를 벗어나 짐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PC 완제품을 취급하는 21동 선인상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중고 PC를 구경하는 외국인들과 가격흥정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사무실에 쓸 컴퓨터를 사기 위해 들렀다는 김희정 씨는 "컴퓨터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어 설명을 듣기 위해 매장에 들렀다"며 "PC보다는 사용이 편리한 노트북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고 PC를 판매하는 서재필 코엘드 대리는 "완제품 판매장을 찾는 사람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는데, 컴퓨터에 대해 설명이 필요한 사람과, 대량으로 PC를 사려는 기업체 담당자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인터넷으로 산다"고 말했다. 서 대리는 "지난해에 하루 판매 마진이 30만원 정도가 나왔던 것에 비해 올해는 20만원도 안 나온다"며 "용산전자상가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선인상가 1, 2층을 서너 바퀴 돌아봐도 태블릿PC를 파는 매장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갤럭시탭과 아이패드의 수요는 그래도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노트북PC를 주로 판매하는 O&G의 유덕선 실장은 "노트북도 수요가 많은 편은 아니"라며 "이제 다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문서작업도 해 PC도, 노트북도, 태블릿도 휴대폰을 못 이긴다"고 말했다. 특히 "태블릿은 OS 사용법만 알면 초등학생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와서 중고를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DC는 윈도10 출시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PC 출하량이 2억8160만대로 지난해보다 8.7%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이 같은 PC 시장 감소세가 오는 2017년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