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510/2015100502102269788001[1].jpg "[발언대]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라\"")
진료실이나 사석에서 건강 비법(?)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두 개 가지고 있고, 프로 선수들 진료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필자에게 무언가 특별한 건강 비법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국내외 논문, 의학 서적을 찾아보았지만 공교롭게도 아직 눈에 확 띄는 비법은 찾지 못했다. 다만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자 나름의 명확한 원칙이 있다. 문제의 해법을 찾기 어려울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건강을 지키는 비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5년까지 전 세계인의 건강증진을 위한 글로벌 실천 계획 9가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9가지는 금연, 절주, 운동부족 해소, 소금 섭취 줄이기, 당뇨병과 비만 예방, 고혈압 줄이기, 심혈관질환 예방, 적절한 약물 치료, 만성질환과 암 예방 등이다.
10년 동안 지켜가야 할 전 세계인의 건강 실천 계획으로는 평범해 보인다. 그래서 이를 소개하면 전문가의 권고치고는 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9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운동부족 해소'에 주목한다. 운동부족을 영어로는 'inactivity'로 표현한다. 표현도 독특하다. '운동하라'고 하지 않고, '운동 부족을 해소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이 그 말인 듯 하지만, 의미는 다르다.운동 부족은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운동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주말에 북한산 등 대도시 근교의 산에 가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조깅이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헬스클럽, 요가학원 등에는 건강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데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전문가들이나 언론 등에서 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을 하라고 해도 시큰둥하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운동은 외면하면서 몸에 좋은 보양식에 매달리는 경우가 꽤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칼슘을 제외하면 부족한 영양소가 없다. 칼로리는 오히려 과잉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앞서 언급한 세계보건기구의(WHO) 권고사항에서도 '무엇을 먹어라'는 내용은 아예 없다. 하지만 운동은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인 선택 사항이 아니다. 앞의 9가지 실천 수칙 중에서 운동은 운동부족 해소뿐 아니라, 당뇨병과 비만, 고혈압, 심혈관질환 예방, 만성질환과 예방 등 5가지와 관계가 있다.
다만 운동을 아무리 강조해도 여건이 안 되거나, 의지가 부족하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운동하라"고 말하지 않고 "움직이라"고 권한다.
운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역기를 들거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에 오르기, 축구나 야구, 수영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것들만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이라고 강조한다.그런 점에서 최악은 눕는 것이다. 잠잘 때나 몸이 아플 때를 제외하면 누우면 안된다. 앉는 것도 고민이다. 현대 도시인들은 직장이나 학교 등 대부분의 낮 시간을 앉아서 생활한다. TV를 볼 때나 자동차로 이동할 때, 사람을 만날 때에도 앉는다.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무척 길다. 그런데 앉는 동작도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방바닥에 앉는 동작은 척추 관절에 큰 부담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가급적 서 있는 시간을 늘리기를 권한다. 요즘은 공장의 생산라인이나 사무실에서 의자를 치우고, 서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대안은 짬날 때마다 걷는 것이다.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기는 건강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어슬렁어슬렁 걸어도 좋고, 관절이 튼튼하다면 좀 힘 있게 걸어도 된다. 현대 문명의 산물인 승용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는 걷기의 3적이다. 이 3적을 멀리하면 걷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오늘부터 이 세 가지 중에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을 외면하는 것이 바로 건강 비법이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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