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부실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이어
현대중공업에 STX조선 위탁경영 검토 알려져
구조조정 중인 '조선 3사' 독자생존까지 '위협'
현대중공업에 STX조선 위탁경영 검토 알려져
구조조정 중인 '조선 3사' 독자생존까지 '위협'
정부가 조선·철강업계의 주요 기업에 부실기업을 떠넘기는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할 취약 기업의 구조조정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 어려움에 부닥친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현대중공업에 STX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맡은데 이어 메이저 조선사가 부실 조선사의 관리를 떠맡는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 STX조선해양은 지분 48.15%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지난해 매출 2조9986억원, 영업손실 3137억원을 기록했고 현재 채권단 자율협약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1조521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고 직급자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영업손실 3조2494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 363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7분기 연속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가 3조832억원에 달한다. 조선 3사 모두 '독자생존'이 지상과제이며, 다른 기업을 돌볼 여력이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도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맡으며 고민이 적지 않았는데, 성동조선해양보다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훨씬 열악한 STX조선해양을 맡으라는 것은 현대중공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의 존속을 위해 정부와 채권은행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다른 회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산업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조선업계의 구조적 불황은 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관계부처 협의체에서 조선업종 구조조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차원의 산업 구조조정은 조선업종뿐 아니라 철강, 건설, 정유·화학 등 최근 성장성이 둔화한 취약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산업부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고 현대제철이 동부제철을 인수하게 하는 철강산업의 재편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산업부는 "조선업과 철강업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한 것은 맞으나 이를 강제하거나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금융위 등이 취약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공동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포스코는 상반기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반발로 이를 백지화했다. 이 과정에서 가스전 매각 검토를 주도한 포스코 임원과 매각에 반발한 대우인터내셔널 측 인사를 경질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산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시간을 두고 진행,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고, 동종업계 내 인수나 위탁경영은 당사자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전제한 후 "다양한 이해관계를 철 지난 '관치경제'로 조율해 취약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룬다는 것은 낡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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