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 대출 이자율 8~10%로 대부업체보다 낮아
서비스 개시 5개월 만에 누적 대출 25억원 '선전'
서비스 개시 5개월 만에 누적 대출 25억원 '선전'
■ 스타트업 히든스토리
(24) P2P 대출시장 연 '렌딧'
2010년 실리콘밸리의 창업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던 스물여섯 살 청년은 많은 벤처 일꾼을 길러낸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향한다. 그는 왜 스탠퍼드 대학이 많은 창업자를 배출하는지 깨닫는다. 모두 40명이 듣는 창업 수업에 멘토 수만 30명. 한 팀 구성원이 4명인데 멘토만 3명이 붙는다. 멘토도 애니메이션 거장인 픽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비롯해 대부분 수천 억원 이상 자금을 굴려본 창업 전문가다. 세계적 창업 전문가로부터 밀착 과외를 받으며 노하우를 전수받는 수업을 한국에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11일 김성준 렌딧 대표는 이때를 회상하며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스탠퍼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업이었다"며 "학교를 자퇴하고 창업을 결심했을 때에도 주변 교수들이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창업을 더 권유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창업 수업에서 '스타일세즈'(StyleSays)라는 서비스를 팀원들과 기획했다. 커뮤니티에서 제품 판매까지 연동하는 플랫폼이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사이트와 쿠팡과 같은 물건 판매 사이트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멘토 모두가 아이디어에 극찬했다. 현재 5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핀터레스트가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핑크빛'이었다.
그러나 이 핑크빛도 1년 이상을 가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 시기를 '흙빛'이었다고 표현했다. 서비스 부진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함께 서비스를 기획했던 창업 구성원들의 이탈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남은 문장은 "견디자"였다. 견디고 견디다 보면 다시 기회가 온다는 걸 이미 김 대표는 스물 한 살 첫 창업에서 경험했다.
당시 서울과학고 출신 선배들과 설립했던 얼굴인식 기술회사 '올라웍스'도 그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부정적이었지만, 핵심 창업자들은 끝까지 견뎠고 결국 올라웍스는 6년 만에 350억원을 받고 인텔에 매각됐다.
견딜 자금이 필요했다. 그렇게 그는 지난해 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000만원을 빌리기 위해 은행으로 향했고, 이 발걸음은 김 대표에 또 다른 기회를 줬다.
"미국에서 5년간 지내다 보니 한국에 신용기록이 없어 은행들이 대출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축은행으로 갔는데, 연 이자만 20%가 넘더라고요. 은행은 5% 내외인데 갑자기 이자율이 4배 가까이 뛰어버리니 황당했죠. 그때 미국에서 유행하던 P2P 서비스 회사 '랜딩클럽'이 생각났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가 봤죠. 이자율 7.7%에 몇 분만에 대출 승인 여부까지 알려주더라고요. '한국에는 왜 이런 서비스가 없을까' 의문이 생겼죠."
김 대표는 P2P(Peer to Peer), 즉 개인간 신용 대출 시장에 대해 세계 동향과 한국 상황을 두루 살폈다. 이 서비스는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고, 이 금액을 다시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대출 평균 이자율이 8~10% 내외로 은행보다 높지만, 대부업체보다는 낮다. 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됐지만, 신용등급은 3~6등급 내외로, 높은 이자를 내는 대부업체로 가기에는 애매한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김 대표는 스탠퍼드대 동기이자 삼성화재에서 근무하고 있던 박성용 이사와 박 이사의 입사 동기인 김유구 이사와 함께 창업을 준비했다. 각자 삼성화재에서 대출, 위험도 분석 등에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이들이었다. 그렇게 지난 5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 이제 5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누적 대출 금액만 25억원, 130여건의 대출신청을 처리했다. 내년엔 대출액이 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견디자'를 하루에도 수십 번 외쳤다. 그런데 몇 달 만에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흑빛'은 다시 '핑크빛'으로 변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창업 구성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 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팀원과 창업하는 것"이라며 "창업 구성원들이 서로 다독여주지 못하면 견디기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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