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 제작·인테리어 등 맞춤형 서비스
별도 광고비 없이 운영… 유료 업소만 400개 넘어
이용자도 1년 반만에 70만명으로 폭증 투자유치도
별도 광고비 없이 운영… 유료 업소만 400개 넘어
이용자도 1년 반만에 70만명으로 폭증 투자유치도
■스타트업 히든스토리
(26) 레스토랑 예약 '포잉'
스물네 살,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청년은 이 학과를 졸업한 선배나 동기 99% 가 그렇듯 자연스럽게 의학전문대학원을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수업을 들은 지 5일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가 안전한 '의사의 길'을 접은 후 향한 곳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창업의 길'이었다.
"제가 자아가 좀 강한 편이에요. 창업과 관련한 수업도 단 한 번 들어본 적 없었는데 그냥 '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대단한 걸 해보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것을 해볼 수 있는 시기가 20대밖에는 없을 거 같더라고요. 일단 생각하면 판단력이 빠른 편이라 의대를 그만두고 바로 창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5일 서울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정범진 트러스트어스 대표는 소위 잘나가는 의사가 아닌 창업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대 중반, 다른 이들보다 좀 더 일찍 창업을 택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연령대가 비슷한 네 명을 모아 팀을 꾸렸지만, 첫 사업 아이템을 잡기까지 1년이 걸렸다. "거의 1년간은 '삽질'만 했어요. 사무실 없이 이곳 저곳 공간을 찾아다녔고요. 개발, 디자인, 기획, 영업까지 직접 안 해본 게 없어요."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음식, 배달, 병원, 헬스 등 지역 상권을 발로 뛰었다. 2년 전만 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 낯설 때였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각 분야별로 별도의 앱이나 이용자를 연결하는 모바일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서 선택한 영역이 '외식업'이었다. 그는 "문제가 많아야 풀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외식 분야가 그랬다"며 이 분야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2012년, 트러스트어스는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인 '마이부킹'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미 맛집 추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던 시기였다.
정 대표는 "마이부킹은 맛집 추천 앱이라기보다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외식업 산업 전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서비스"라며 "특히, 레스토랑 하나를 열기 위해 메뉴판에 들어갈 음식 사진 촬영, 메뉴판 제작, 결제 시스템 구축, 내부 인테리어 등 수 십 개의 업체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금씩 레스토랑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아가던 트러스트어스는 2013년 11월, '예약왕 포잉' 이라는 서비스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해 1월, 새로운 상표 '포잉'으로 이름을 새롭게 바꾸고 4만~5만 개에 이르는 레스토랑 정보 중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2000여개로 레스토랑 등록 건수를 대폭 줄였다.
포잉 앱에선 엄선된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이용자를 확보했고, 다른 앱들과 달리 별도 광고비를 받지 않았다. 순수하게 좋은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연결한다는 게 취지였다. 대신 수익은 레스토랑 컨설팅이나 쿠킹클래스 등 부대사업에서 올리기로 했다. 광고 앱이 아니라 엄선한 정보만을 소개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레스토랑들이 직접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고, 유료 서비스를 받는 업소만 400여개를 넘었다.
이용자 역시 서비스 초반 1000여명에서 1년 반만에 70만명까지 넘어서면서, DSC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업계에서 자금도 들어왔다. 직원도 4명에서 50여명까지 늘었다. 회사는 앞으로 아시아에서 최고가는 외식 그룹이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자신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만약 다시 (창업)초기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창업이)본인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소자본이라도 일단 시작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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