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국회 제출
"대응력 충분… 피해 최소화 가능"
"대응력 충분… 피해 최소화 가능"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본이 대량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유출된다 해도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데다 경상수지 역시 지속해서 흑자를 달성하고 있어, 이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이 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에 맞춰 일부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 유출된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과 자금유출 대응능력 변화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큰 데다 거기에 따른 외환보유액도 상당 수준 비축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화 유출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만약 발생하더라도 대응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은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축소로 연결돼 경제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 시장국에는 대규모 자금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 리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 경기위기 이후 신흥 시장국으로 자금유입 규모가 컸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금융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미 연준이 1994년 2월∼1995년 2월, 1999년 6월∼2000년 5월, 2004년 6월∼2006년 6월 등 3차례 금리를 인상했을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제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을 근거로, 대규모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대응능력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상수지는 과거 인상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4∼1.9%를 기록했지만 2010∼2014년에는 평균 4.1%로 높아졌다. 외화부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1990년대에는 26.3∼28.3% 수준에 그쳤으나 2009∼2013년에는 79.7%까지 올랐다.
한은은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형별로 따져 봐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장기투자성향이 강한 채권자금 비중은 과거 금리 인상기인 1990년대~2000년대 초 20% 초반에 머물렀지만, 올해 2분기 29.6%까지 올랐다.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은 차입금 비중은 1990년대 중반 60% 내외에서 올해 2분기 19.3%까지 떨어졌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유출가능 자금 규모는 과거보다 훨씬 클 소지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 잔액은 작년 말 7287억달러로 직전 금리 인상 시점인 2004년 6월 말 2543억달러보다 3배가량 많다.
윤 부총재보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이 전 세계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가 양호환 기초경제 여건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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