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청년 창업, `체계적 비전`세워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10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청년 창업, `체계적 비전`세워라")
우리나라 벤처 창업이 활발하다. 벤처 기업 수가 해 9월말 기준 3만464개로 처음으로 3만개를 넘어섰다. 중앙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도 증가하여, 2015년 기준으로 9개 부처에 99개의 창업지원사업이 있다. 중소기업청이 47개 사업으로 가장 많고, 미래창조과학부 39개, 문화체육관광부 4개, 농식품부 3개 순이며 여타 부처는 2개 이하다. 사업화를 위한 패키지형 지원사업 40개, 판로·마케팅·해외진출 12개, 창업교육과 시설·공간제공이 각각 11개, 네트워킹·행사 10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요자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10월 14일 '정부 창업지원사업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4분기부터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K-스타트업' 이라는 브랜드로 통합·연계된다고 한다.
공공 및 민간 자금 유입도 활발하다. 2015년 예산 기준으로, 투·융자, 보증을 제외한 일반적인 창업지원사업 예산은 6020억원이며, 융자, 보증지원 사업까지 합치면 2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9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선 '청년희망펀드'는 11월 7일 현재 기탁 금액은 604억원을 넘어섰다. 대부분 굴지 대기업 총수들의 30억~200억 사이의 사재로 조성된 금액들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는 9569억원으로 전년동기 6912억원 대비 38.4% 증가했으며, 벤처투자사도 517개로 전년동기대비 23.7% 늘었다.
과연 이러한 정부 및 시장의 노력과 방향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논의할 내용은 없을까.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의 IT 서비스 산업의 약진에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중국의 청년 창업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우는 '중관춘(中關村)'에 해외의 유학생을 비롯한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연구비의 경비 인정 등 각종 지원책을 제공한 범정부적인 비전과 노력에서 시작됐다. 현재 이 거리는 최초 200m에서 7.2㎞로 확장돼있고, 창업자는 창업 자금 1위안으로도 창업이 가능해졌으며, 기업 등록 절차도 3일이면 족하다. 더욱이, 그렇게 성장한 중국 IT 기업들이 직접 투자와 청년창업 지원 펀드 구축 등을 통해 스스로 창업지원에 나서면서 민간 부문의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공동투자를 받은 소셜커머스업체 메이투안과 디디콰이디(滴滴快的)가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굴지의 비상장 벤처업체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올 1월 400억 위안(약 7조1000억원) 규모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 촉진기금을 조성한 데 이어 9월엔 총 600억 위안의 중소기업 발전기금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향후 4년 내 대학생 창업자를 8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회사법 개정 및 창업투자기금 조성 등으로 창업 규제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또 '중관춘(中關村)'에서 시행하고 있는 6가지 벤처기업 특혜 지원책을 전국으로 확대해 국가차원의 '창조혁신 시범구' 건설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미래를 청년 창업에 두고 있다는 비전을 읽을 수 있으며, BAT의 신화는 중국 청년들에게 살아있는 롤 모델로 현실화 되어있는 것이다. 혹시, 우리는 청년 창업을 현 정권의 정책 정도로만 평가 절하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우리나라 현실은, 실제 인재 양성의 산실이어야 할 대학이 전체 큰 구도에서 빠져있다는 점이다. 중앙부처 99개 사업 중 교육부는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창업 관련 교육 사업은 그나마 중기청에서 청소년비즈쿨(350개교 내외 60억 예산), 창업아카데미(33억원 예산), 인턴제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동아리 활동 지원, 전문가 특강 지원, 창업 강좌 교육 및 CEO 멘토링 등으로 운영되어, 프로그램 전체적인 체계성, 전문성, 경쟁력이 전혀 검증되거나 효과를 판단할 수 없다. 중국의 IT 서비스 산업의 융성은 우수 인재 유치와 지원에서 시작했다. 애초에는 스스로 충분히 교육시키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교육받고 비전을 가다듬은 우수 인재를 자국에 유치하고 지원하고자하는 사후적인 노력이 오늘날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우수한 해외 인재(교수, 유학생, 취업자)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국내 벤처 산업 육성에 어떻게 관여되고 있는가, 국내에서도 우수 창업자를 어린 나이부터 교육시키고 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하고 지원할 학부 교육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까, 창업의 위험을 감소하고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창업의 형태로서 협동조합 체제를 활성화할 관리 기구는 없는가. 자금, 공간, 홍보, 코칭 이외에도, 창업에 관련하여 지원할 이슈들이 아직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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