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서 한정판 구매로 비싼 값에 재판매
리셀러가 노숙하면서 불편주는 등 문제
온라인 추첨 등으로 한정판 부작용 개선 필요
리셀러가 노숙하면서 불편주는 등 문제
온라인 추첨 등으로 한정판 부작용 개선 필요
![[시론] `리셀러 현상`의 이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2402102351607001[2].jpg "[시론] `리셀러 현상`의 이면")
2015년 11월 4일, 불과 얼마 전인 서울의 명동 H&M 눈 스퀘어점 인근에 텐트가 쳐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무슨 일인지 두리번거렸고, 텐트와 돗자리, 이불까지 가져온 사람들의 줄은 금세 늘어났다. 이들 중 몇몇은 엉덩이가 시려웠던지 캠핑용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아있기도 했다. 명동을 걷던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최근 한국을 많이 찾는 외국인들 역시 무슨 일이냐는 듯이 이 상황을 지켜봤다. 이는 SPA 브랜드인 H&M과 프랑스의 유명 명품 브랜드인 발망(BALMAIN)의 합작(Collaboration)제품 발매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 합작 제품은 한정판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이를 갖고 싶어하고, 수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의 구매 고객들이 며칠 동안 노숙까지 감행해가며 기다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운영관리(Operations Management)관점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일반적인 시장 원리에 따르면 물건의 시장 가격은 수요량과 공급량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 물건의 가격이 적정하다고 평가된다면, 그 것은 수요량과 공급량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반적인 경우에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기 때문에, 물건의 품귀(品貴)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경우엔 해당 물건의 시장 가격이 올라가는 품귀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상황이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선 사례와 같이 오랫동안 기다려서 한정판을 구매한 사람들은 품귀 현상에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다수가 정상적인 구매자가 아닌 리셀러(reseller)다. 리셀러란, 한정판 등 품귀가 일어날 예정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그 제품을 획득한 후, 이를 비싼 값에 재판매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즉, 개인이 중간 유통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과연 불법일까.
이에 대한 해답부터 이야기하자면,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고 한다. 즉, 불법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행동이 문제가 되고 연일 이슈가 되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일까.
일부의 사람들은 리셀러가 얹어 받는 속칭 '웃돈'을 그들의 수고비라고 이야기한다. 앞선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노숙까지 감행해 가며 번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리셀러가 노숙하면서 주변의 상권이나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고 언급하면서,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금액은 원래 구입가의 최소 2배에서 많게는 10배가 넘는 차익을 챙긴다고 하면서 이를 문제시 삼는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의 차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고, 가격을 올라갈 수밖에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다. 오래된 우표, 동전 등 개인 소장품이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이들은 희귀성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렇다면 희귀하다고 모두 가치를 갖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희귀한 물건이라도, 그 가치를 소비자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이다. 지금 리셀러가 활기를 치는 것은 그들이 재판매하는 물건이 그들이 제시한 가격대로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그들이 부르는 금액에 아무도 사려하지 않는다면, 가격은 점차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리셀러가 노숙하면서 주변의 상권이나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등의 행위는 분명한 문제다. 또한 해당 매장을 이용하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의 한정판 마케팅 정책과 리셀러 등의 활발한 활동으로 '발망 대란'과 같은 대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며, 수요량과 공급량의 차이로 인해 존재하는 시장 원칙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시민의 통행이나 쇼핑 등에 불편을 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이므로, 성숙한 시민 의식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나이키 등에서는 에어 조단 등 인기 있는 한정판 제품의 판매 시, 온라인 추첨 예약제 등을 통해 리셀러가 개입할 여지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판매업체에서도 리셀러와 같이 중간에 개입하여 자신의 제품을 폭리를 취해 파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최근 발망대란으로 곤혹을 치른 H&M 역시 다음 번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발매할 때는 여러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대기자 우선 판매보다는 온라인 추첨 등 한정판의 혜택이 여러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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