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는 쏟아지는 호재와 악재 속에서 부침이 심했다. 연초 글로벌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 파티를 벌였으나 이후 중국 경제 우려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대내외 악재를 만나 박스권에 갇혔다. 또 연말 들어 증권업계의 대규모 불공정거래 범죄가 줄줄이 적발되면서 국내 증시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나마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파격적인 구조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주주 환원 정책 기조가 강화된 것은 올해 증시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박스피 탈출 실패=연초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과 미국 금리 인상 지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유동성 장세를 펼쳤다. 제약·바이오주가 증시를 이끌었고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혜주로 분류되는 화장품주가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4월 23일 2173.41로 연고점을 기록하는 등 '박스피'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우려, 중국 증시 폭락 등 글로벌 악재가 잇따르며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4월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바이오·제약주들의 연쇄 급락에 이어 5월 시작된 메르스 사태는 유커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화장품, 여행, 유통주 등의 하락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시장 전반에 깔린 불확실성이 연중 내내 증시를 압박했다. 코스피는 8월 24일 장중 1800.75(종가 1829.81)까지 급락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순매수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빼 내가며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0조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계 자금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출렁이는 주가=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가 재편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출렁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이 합병비율에 반발하는 등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다만 '엘리엇 사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과 같은 주주 환원책에 기업들이 관심을 확대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기업 간 사업재편도 활발했다. 삼성그룹이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삼성정밀화학 등 나머지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넘기며 화학과 방위산업 부문을 완전히 정리했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며 방송통신업계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요동쳤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너 일가의 '집안 싸움'이 벌어지며 롯데그룹주의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과 반 롯데 정서에 대한 우려 속에서 롯데그룹주의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롯데그룹은 순환출자구조 개편과 경영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 한편에서는 불공정거래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신뢰를 추락시켰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주가 조작 연루 혐의로 구속됐고,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등 증권 불공정 거래가 잇따라 적발됐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거래소 직원까지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사건이 드러나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점이 크게 부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