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스마트 그물망` 넘어서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19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스마트 그물망` 넘어서라")
해마다 이 즈음이면 그 해 IT 10대 기술, 트렌드, 전략 등의 다양한 전문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트너는 2016년도 10대 IT 전략 기술을 3대 트렌드 그룹으로 대분하여, 우선 디지털 그물망 그룹으로 기기그물망, 주변 사용자 경험, 3D 프린팅 소재를 선정하고, 스마트 기기 그룹으로 사물정보, 첨단 기계학습, 자율 에이전트 및 사물을 포함했으며, 새로운 IT 현실 그룹으로 적응형 보안 아키텍쳐, 첨단 시스템 아키텍쳐, 그물망 앱과 서비스 아키텍쳐, 사물 인터넷 아키텍쳐와 플랫폼 네 가지 기술을 포함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스마트 그물망(Smart mesh)을 이용한 주변 사용자 경험(Ambient user experience)이 2016년도 IT 트렌드의 대세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즉, 기기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여 지능적인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느 환경에서든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의 이면에는 야속한 전제와 그늘 또한 존재한다. 즉, 이러한 IT 기술과 서비스는 과연 누가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취득하는가이다. IT의 발전이 오히려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 보고도 상당수 발간되고 있다. 즉, 향상된 IT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해 향상된 생산성이 1차적으로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1차적 부정적 효과를 초과하는 신산업이 IT 분야나 IT를 활용한 전통 산업에서 창출되지 않는다면 IT는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나을 수 밖에 없다는 요지다. 그러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이러한 ICT의 부가적 경제 창출효과가 낮은 국가에 속한다. IT를 이용한 신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미국 시가 총액 10대 기업 중 여전히 건재한 마이크로 소프트이외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 3개 기업이 신규로 진입했으나, 우리에게는 이렇게 성장한 IT 서비스 기업이 전무하다. 애플 관련 전문 서적도 영국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하드웨어에 뛰어난 삼성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서는 뚜렷한 실적이 없지 않은가.
한국의 현실상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에 대한 정부나 민간의 투자보다는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새로운 관련 서비스를 창출하는 IT 융합 정책이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기존의 제조업체들이 선도적으로 이러한 IT 융합 서비스나 제품을 창출한 기업가 정신이 있느냐는 점이다. 즉, 남들이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은 기술이나 서비스를 우리가 왜 먼저 시작하느냐는 안일함이나 추종자 마인드를 아직 떨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O2O(Online to Offline)도 핵심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매력도를 향상시키거나 불편함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당연히 그 선제는 오프라인 업체들 스스로 고민해야지, IT 업체들만의 고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IT 경제성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즉, IT 기기나 기술은 훌륭해졌는데, 개인 혹은 기업 경제력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현상의 핵심은 발달된 IT 기술을 이용해서 본업을 어떻게 향상시켰느냐에 있다. IT는 섬처럼 동떨어져서 발전할 수도 그래서도 안된다. 오히려 나쁜 IT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년 내 은행의 33%가 없어진다는 예측이 나온 핀테크는 중국이나 아프리카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나쁜 IT가 될 수도 있다. 핀테크 지원 정책에 이러한 부정적 효과도 다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착한 IT는 오프라인, 특히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이나 유통업에서 활발히 수용해 스스로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많은 고용이 발생되는 경우를 의미할 것이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2016년도 10대 기술 중 어느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떠한 제품이나 기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고 있을까.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