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명절 `고스톱`은 게임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04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명절 `고스톱`은 게임이다")
"정월 송학에 백학이 울고, 이월 매조에 꾀꼬리 운다".
며칠 있으면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집집마다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 사전에는 고스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The game is commonly used as a light form of gambling. Though the game can be played without money being involved, the game is considered more entertaining with the gambling aspect included… ( 흔히 가벼운 돈내기 형식으로 고스톱을 친다. 비록 돈을 걸지 않더라도 도박의 측면이 있어 게임은 한층 재미있다…)"
고스톱을 치는 중에 미국 대통령 후보 Trump 얘기도 등장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놀이의 대표선수 고스톱과 미국의 국기 포커에 쓰는 Trump 카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Trump후보와 trump카드는 물론 아무 상관이 없다).
Daum에서 고스톱을 검색해 보니 "주의: 도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문서입니다." 첫 페이지에 나와 있는 경고문이다. 도박은 <노름, 돈내기>다. 어느 사회나 금기어가 있다. 과거 '용공'의 딱지가 붙으면 패가망신하듯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도박으로 낙인 찍고,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말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가 카드놀이다. 화투는 심심풀이, 재수떼기, 운수보기 등 가벼운 오락으로 널리 애용돼 왔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4.7%가 도박중독증에 걸렸다고 한다. 호주가 7%, 미국이 4%라니 우리사회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가 경마, 경륜, 경정에 이어 정성 카지노까지 운영하고 있지, 복권위원회는 즉석복권, 연금복권을 주도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모두 정부 탓이다.
오늘날 복권과 카지노는 전 지구촌적 붐을 이루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람들은 게임에 돈이나 재물을 거는 내기를 좋아한다. 주사위, 골패, 마작, 화투, '트럼프' 놀이가 식을 줄 모른다. 둘째 많은 나라가 재원 확보를 위해 카지노를 허용하고 복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셋째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카지노 시설을 짓고 있다. 싱가포르는 Marina Bay Sands 하나로 관광객 유치와 GDP증대에 대박을 쳤다. 말레이시아의 카지노 복합 리조트 Genting은 이미 196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뒤늦게 우리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 두 곳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스톱은 아주 재미있고 독창적인 게임이다. 화투 한 벌만 있으면 장소불문, 시간불문,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한 벌을 영국은 pack, 미국은 deck, 일반적으로는 set이라고 함). 화투놀이 가운데서도 고스톱이 으뜸이고 가족모임에서 고스톱은 윷놀이, 장기, 바둑을 압도한다. 포커가 미국의 national game이듯 고스톱은 한국의 국민적 놀이가 된지 오래다. 그런대 왜 고스톱을 도박으로 치부할까.
화투는 19세기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카르타(Carta)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하나후타(花札)로 변형됐고 이후 하나후타가 우리 땅에 유입돼 오늘날과 같은 화투로 자리잡았다. 또 14, 5세기 유럽에서 생긴 트럼프가 그 뒤 아시아 지역에 퍼져 하나후타와 화투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동양화'와 '서양화'는 뿌리가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서양화를 트럼프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아마도 제작회사 이름이나 상표에서 유래한 듯 싶다. 서양화 카드의 보통명사는 playing card(놀이 딱지)다.
고스톱은 4명이 할 수도 있지만, 보통 2, 3명이 게임을 한다. 둘이 하는 '맛고'와 4명이 참가했다가 한 명이 빠지는 '광팔이' 등 여러 규칙이 있는데 일정 점수를 먼저 얻은 사람이 게임을 계속 진행할지 중단할지 결정권을 갖는다. 계속하려면 "go"를, 중단하려면 "stop"을 외친다. 여기서 Go-stop이란 명칭이 생겼다.
미국 네바다주립대학에는 gaming degree 과정이 20여년 전에 개설됐다. 우리도 고스톱 게임을 과학적, 학문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좋은 콘텐츠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야 말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행공화국'이 낳는 사회적 병폐는 줄여 나아가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스톱은 gambling이 아니라 game이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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