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알파고`와 이세돌의 싸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1102102269718001[1].jpg "[발언대] `알파고`와 이세돌의 싸움")
마빈 민스키(Marvin Lee Minsky).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분야를 개척한 세계적 학자가 지난달 갑작스런 뇌출혈로 88세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1956년 존 매카시와 함께 개최한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류에 인공지능을 소개했다.
이후, 세상은 컴퓨터가 인간의 복잡한 문제들을 조만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기대로 들떴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인공지능이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실패하자 컴퓨터 과학자들의 장난감이라 치부되었다. 인공지능연구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대대적인 연구비의 감축은 인공지능을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게 했다. PC시대에 돌입하기 시작한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잠깐 주목을 받긴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공지능연구는 또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60년간 인공지능 연구의 봄과 겨울을 보낸 이 선구자는 이제 영원한 안식을 얻었다.
그의 사망 3일 후인 지난달 27일 구글 공식 블로그에 흥미로운 공지가 떴다. 알파고(AlphaGo)라는 바둑인공지능에 관련된 것이었다. 구글은 그간 자체 연구를 통해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유럽의 챔피언과 중국의 프로 기사와의 대전을 벌이며 그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알파고를 소개한 논문은 같은 날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알파고는 올 3월 세계정상급 프로 기사인 이세돌과 서울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인 카스파로프를 꺾었고, 2011년 IBM의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은 미국의 인기 퀴즈쇼(제퍼디 쇼)에서 사람들과 겨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바둑만큼은 말 그대로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됐다. 계산해야할 경우의 수만 우주 전체의 원자수보다 많은 10의 170제곱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제 신들의 게임이라는 바둑의 본좌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마빈 민스키가 뿌린 씨앗은 게임을 너머, 자율주행차, 로봇의 모습으로 실생활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아이들의 장난감 수준으로 치부 받던 기술은 이제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사회를 열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시대의 초입에서 우리는 또 새로운 선구자를 기다린다.
유재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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