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행위 → 남 중단통보 이후 대응방식 유사
자재·완제품 철수 못해 입주기업 피해 더 커질듯
경제 실익 포기하더라도 비핵화 요구 불응 판단
자재·완제품 철수 못해 입주기업 피해 더 커질듯
경제 실익 포기하더라도 비핵화 요구 불응 판단
◇ 북, 개성공단 군사통제구역 선포·자산 동결
북측이 11일 개성공단 내에 남은 우리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한 것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에 대한 초 강경 대응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실익을 포기하더라도, 남측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에 응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또 공단내 남측 인원을 이날 오후 5시 30분(북한시간 5시)까지 전원 추방하고, 개인 소지품 외에는 일체 갖고 나갈 수 없도록 하겠다고 알려왔다. 동결된 자산은 개성시 인민관리위원회가 관리하게 된다. 이날 통보는 겨우 40분을 남기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에서 철수 준비를 하던 248명의 남측 인원은 모두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장 설비는 물론 자재와 완제품도 대부분 개성공단에 놓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추방되는 인원들은 사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다"고 못박았다.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과 물자를 단계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이었던 정부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초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 결렬됐을 당시에도 투자액 기준 4841억원에 달하는 금강산 지구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한 바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해 남측이 선제적으로 중단 결정을 통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북한의 대응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행해졌다.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될 경우 북측은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되던 연간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의 소득원을 잃게 되며,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 5만4000명과 가족 수십만명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개성공단에 충분히 미련을 가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북측은 의외로 신속한 대응을 보였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조건으로 비핵화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정권의 사활을 걸고 핵무장을 추진 중인 만큼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비핵화 문제로 남측과 줄다리기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조치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지구내 남측 시설을 이용해 해외관광객을 유치했던 것처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설비를 임의로 이용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조평통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과 관련해 "북남관계와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를 들고 나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했다"며 우리측에 책임을 돌렸다.
한편 우리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개성공업지구를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 군사대비 태세와 함께 대북 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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