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사라진 곳에 대형 철골 구조물 '우뚝'
평택행 고속철 8월 개통… 동남권 교통요충지 부상
상업시설·호텔 등 역세권 개발… 도로 확장 막바지
50.3㎞ 율현터널 수직구·승강기 등 안전대책에 만전
평택행 고속철 8월 개통… 동남권 교통요충지 부상
상업시설·호텔 등 역세권 개발… 도로 확장 막바지
50.3㎞ 율현터널 수직구·승강기 등 안전대책에 만전
◇ SRT 시발역 수서역사 공사현장을 가다
과거 서울의 변두리로 분류됐던 지하철 3호선 종착역인 강남구 수서동 인근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지는 수도권고속철도 SRT의 시발역인 수서역사.
수서역 인근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닐하우스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이달초 찾았을 때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대형 철골 구조물이 우뚝 서 있었다. 이곳은 지하철 3호선과 오금 연장선, 분당선이 만나는 곳이라 늘 사람이 붐빈다. 수서역사거리의 버스정류장은 강남보금자리주택과 세곡동, 송파구 문정동 등으로 향하는 인파로 가득하고 인근 공사장에서 들리는 소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빛은 불편·불만보다 기대의 빛이 더 역력했다. 오는 8월 개통하는 SRT로 인해 수서역이 제2의 서울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실현되길 바라는 눈빛들이다.
◇지하철서 논스톱으로 SRT 탑승=현재 지하철 수서역 5번 출구는 공사로 인해 폐쇄돼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SRT 수서역사와 연결되는 지하 환승통로 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SRT 수서역사는 지상 3층, 지하 2층으로 지어지는데 SRT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은 지하 2층에 들어선다.
따라서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은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 환승통로를 이용해 바로 SRT 승강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사전에 온라인 티켓이나 모바일 티켓을 발급받은 고객이라면 논스톱으로 SRT 열차에 올라 부산이나 목포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운무 철도시설공단 건축공사관리관은 "SRT 수서역사는 대중교통 이용객 친화형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며 "지하철 3호선이나 분당선을 타고 온 승객들이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된 환승연결로를 이용하면 바로 고속열차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SRT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수서역사의 지하 2층 승강장은 3홈 6선으로 구성된다. 3개의 승장장과 6개의 선로로 이뤄져 하루 승차 2만1303명, 하차 2만2225명 등 모두 4만3582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서역사에서 출발하는 SRT는 지하로 평택까지 운행한다.
◇수서역, 서울 동남권 교통요충지 부상=수서역의 승강장을 떠난 SRT는 1.2㎞ 정도 지나면 율현터널 입구에 도착한다. 열차가 지하터널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에 따로 열차를 청소하거나 점검할 수 있는 여유공간을 마련할 수 없어 1.2㎞ 구간의 양 옆에 1개 선로씩을 추가해 청소선과 점검선으로 활용하게 된다.
총길이 50.3㎞에 달하는 율현터널은 세계에서 3번째로 긴 지하 장대터널이다. 스위스의 알프스산을 통과하는 고타르베이스터널(57㎞)과 일본의 혼슈와 훗카이도를 연결하는 세이칸터널(54㎞)에 이어 가장 길다. 율현터널은 수도권고속철도의 종착역인 지제역 이전에 통복터널(3.1㎞)과 연결되기 때문에 전체 지하터널 구간은 총 53.4㎞에 달한다.
지상구간을 포함할 경우 수도권고속철도의 총 연장은 평택까지 61.1㎞다. SRT가 달리는 수도권고속철도는 정부의 예산과 철도시설공단의 투자로 지어지지만 철도와 역사 운영은 민간기업인 SR이 맡는다. SR은 최근 공모를 통해 수도권고속철도 명칭을 SRT로 최종 확정했다. SR은 SRT의 전용역사로 수서역사를 비롯해 동탄, 지제역을 운영한다. 이후 오송역에서 부산·목포 방향 KTX 선로를 이용하고 나머지 업무도 코레일에 위탁할 계획이다.
SR 관계자는 "SRT의 운임은 KTX 대비 평균 10% 저렴하게 책정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항공기형 선반을 설치하고 휴대물품 보관소를 늘리는 등 고객 편의설비를 다양화해 고객을 만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하터널 안전대책 만전=땅속 평균 50m 깊이에 건설된 율현터널의 길이가 50.3㎞에 달하다 보니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1개의 터널에 복선 궤도를 깐 율현터널은 구간 내에 16개 수직구를 설치해 지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철도가 지하 50m를 운행하기 때문에 지상까지 대피하려면 8층 높이인 50m를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거나 승강기를 타야 한다. 16개 수직구의 평균 간격이 2.7㎞ 정도로, 승객들이 이동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수직구를 2개 추가로 신설하고 모든 수직구에 승강기를 설치해 안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발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 활기=SRT 8월 개통을 앞두고 수서동 일대는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과 땅값이 오르고 있다. 수서역세권 개발사업(38만㎡)을 통해 공동주택을 비롯해 행복주택, 업무시설, 상업시설,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 교통개선을 위해 간선로인 밤고개로를 왕복 6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도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고속철도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개통을 앞두고는 수서역이 제2의 서울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며 "아파트값은 작년대비 평균 40% 정도 올랐고 그린벨트도 역세권 개발계획으로 자고 나면 오를 정도"라고 밝혔다.
주변 대형마트에서 만난 삼익아파트 주민 이모씨는 "KTX를 타려면 서울역까지 최소 1시간은 가야 했는데 SRT를 이용하면 서울역으로 가는 시간 동안 벌써 대전에 도착할 수 있으니 교통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며 "탄천 건너 문정동이나 위례신도시를 포함해 강남권에서는 수서역을 이용할 것인 만큼 주변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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