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1위 이통사 버라이즌, 번호이동시 현금 지급 '파격'
미 보조금 규제 없어 AT&T 등 잇단 가세 경쟁 불붙어
국내선 단통법으로 시장경쟁 사라져 소비자 피해 대조적
미 보조금 규제 없어 AT&T 등 잇단 가세 경쟁 불붙어
국내선 단통법으로 시장경쟁 사라져 소비자 피해 대조적
최근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공짜폰' 경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 이통 시장 1위 버라이즌이 최근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최대 650달러(약 79만원) 현금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자, 2위 AT&T와 4위 T모바일이 곧바로 대응에 나서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이통 시장은 보조금 규제도 없고, 공짜폰을 팔아도 불법이 아닌 '자율 경쟁' 시장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보조금을 많이 주면 불법이고, 공짜폰은 단속 대상이다. 공짜폰은 미국에선 '무죄'이지만, 한국은 '유죄'인 셈이다. 이처럼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결국 애꿎은 국내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본지가 미국 워싱턴 D.C 일대 이동통신 매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미국 이동통신 유통 현장에선 최근 버라이즌이 출시한 '스위치앤세이브'(Switch&Save) 프로그램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버라이즌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이 프로그램은 전국 가입자에 보조금을 사실상 '현금'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회사는 알뜰폰을 제외한 AT&T, 스프린트, T모바일을 쓰던 이용자가 자사 서비스에 가입하면, 쓰던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남은 가치를 평가해 최대 650달러가 담긴 '비자 선불 카드'를 지급한다. 이용자는 쓰던 휴대전화의 가치가 낮을 경우 350달러인 위약금 대납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이 상품은 전국 소비자에 똑같이 적용된다.
워싱턴 D.C에 있는 버라이즌 매장 관계자는 "버라이즌은 미국에서 가장 넓은 이동통신 서비스 범위를 갖춘 사업자"라며 "통신 품질이 좋은 버라이즌으로 갈아타려는 소비자에 이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버라이즌 미국 워싱턴 D.C와 버지니아주 매장 곳곳에는 이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내걸고 주력 상품으로 띄우고 있었다.
버라이즌이 이 프로그램을 내놓자, 경쟁사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2위 AT&T는 금세 똑같은 프로그램을 내놨다. T모바일은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중급형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코어프라임 또는 LG 레온LTE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이통 시장에 가입자 유치 경쟁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보조금을 대폭 줄이자 시장 침체가 이어졌다. 시장이 침체하자 이통사들이 최근 다시 보조금을 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시장은 규제 대신 시장의 손에 맡기는 자율 시장경쟁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경쟁 촉진'에 정책 무게를 두고, 규제는 사후에 하고 있다. 수전 싱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석 경제연구원은 "소비자 이익과 시장의 혁신을 보호하는 일이 FCC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특정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해선 과거 AT&T의 사례에서처럼 기업을 분할하도록 하면서까지 경쟁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어 대조적이다. 미국과 같은 파격적 상품과 소비자 혜택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단통법을 통해 보조금 상한선을 33만원으로 제한했다. 이러자 이통사들은 경쟁 대신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시장에선 경쟁이 사라졌고, 제조사들은 단말기 판매량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단말기 구매 부담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연일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정책에 이통 시장이 침체를 넘어 빙하기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박지성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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