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제거 집진기, 오존발생 가능성
호흡기·눈에 염증… 인체피해 우려
호흡기·눈에 염증… 인체피해 우려
![[이덕환의 과학세상] (549) 오존과 공기살균](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23021011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49) 오존과 공기살균")
실내 공기를 '살균'해준다는 제품이 또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기청정기다. 미세먼지와 유해가스와 함께 실내 공기 중의 해로운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몽땅 제거해준다고 한다. 실내공기를 살균하려면 '살균제'를 뿌려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런데 인체에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 세균을 죽이는 살균제는 우리 몸에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끔찍한 피해를 남긴 가습기 살균제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다.
살균력을 강조하는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먼지 제거용 '전기식' 집진기를 쓴다. 전기를 이용해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달라붙게 만든다. 정전기가 생긴 옷이나 플라스틱에 먼지가 잘 달라붙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강조하는 '헤파'(HEPA) 필터는 단순히 작은 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이 탁월한 필터일 뿐이다. 헤파 필터 자체가 살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전기식 집진기를 사용하는 공기청정기에서 '오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압이 걸려있는 전극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기방전(스파크)에 의해 공기 중의 산소 분자가 깨지면서 오존이 만들어진다. 전기식 집진기에서 일어나는 전기방전은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특유의 푸른빛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오존이 살균력과 탈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돗물의 살균·탈취나 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컵 소독기에도 오존을 사용한다. 정육점에서도 오존을 이용한다. 육류 진열대의 붉은 형광등은 사실 오존을 발생시키는 자외선 램프다. 의료·식품 분야의 청정실이나 살균실에서도 오존을 이용한다.
그런 오존은 사람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실내에는 적당하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오존도 인체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가 약한 호흡기와 눈을 자극해서 염증을 일으킨다. 영유아·노약자의 경우에는 특히 위험하다. 오존이 플라스틱·고무·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 내장재로 쓰는 폴리우레탄이나 전선 피복은 오존에 매우 취약하다.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오존 농도를 0.06PPM 이하로 권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여름철에 강한 자외선 때문에 발생한 오존 농도가 0.12PPM을 넘어서면 '오존 경보'를 발령하는 제도도 있다. 기술표준원은 공기청정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의 양을 규제하고 있다. 공기청정기에서 배출되는 오존이 있는 실내에서 장시간 체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오존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질 정도면 환경부의 권장 기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 분명하다. 그런 방에서는 반드시 눈과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전기방전이나 자외선을 이용해 많은 양의 오존을 발생시키는 '오존 발생기'는 작업자가 보호장구를 착용할 수 있는 산업현장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런 제품을 '공기살균기'라고 우기는 일은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 공산품을 관리하는 기술표준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습기 세척제로 허가해준 가습기 살균제를 실내에 살포하는 잘못된 사용법을 방치했던 실수를 반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언론도 공기살균기의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살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살균이 만능 해결책일 수는 없다. 우리가 생활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균을 무작정 죽이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우리가 숨 쉬는 실내 공기를 살균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 아니다. 실내의 공기를 완전히 살균하는 것도 어렵지만, 실내로 계속 유입되는 공기까지 살균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오히려 실내의 오염원을 제거하고, 세균·바이러스·곰팡이가 우리 몸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의 건강한 상식으로 지켜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