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발송에 CCTV·스마트가전 동원 '파장'
임베디드·웨어러블, 디도스 공격에 무방비
임베디드·웨어러블, 디도스 공격에 무방비
■reDesign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주도하라
보안혁명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은 우리에게 윤택함도 가져다 줬지만, 동시에 보안 위협 또한 모든 사물로 확대되는 걱정거리를 안겨줬다. 과거 PC와 서버에 한정됐던 공격 범위는 이제 휴대전화를 넘어 태블릿, 웨어러블, TV에 이어 자동차, 항공기, 냉장고 등 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증가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훔쳐볼 것'이라는 20세기 말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러시아의 한 개발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인세캠(InseCam)'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말. 전 세계에 위치한 각종 CCTV를 실시간으로 해킹해 촬영 화면을 공개하는 이 사이트는 IT 기술의 발전에 따른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남았다. 정부 당국이 접속을 차단하고 국제공조수사에 나서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누군가가 동의 없이 나를 훔쳐볼 수 있다는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특히 최근 들어 각종 공공장소는 물론 가정 내에서도 실시간 촬영과 화면·음성 전송이 가능한 웹캠이나 IP카메라, 스마트TV가 보급되면서 이 같은 공포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TV 제조사의 스마트TV에 대한 보안 취약점 우려가 제기되며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적도 있다. 당시 한 외신은 '스마트TV가 당신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표현으로 공포감을 키웠다.
현재 스마트TV에 대해서는 보안 대책이 어느 정도 강구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보안 플랫폼이었던 녹스(KNOX)를 스마트TV에도 적용했고, LG전자도 보안 인증을 획득하며 불안감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수 많은 제조사가 난립한 CCTV와 IP카메라에 대한 보안 대책은 쉽지 않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장비 구입 후 기본설정 비밀번호를 반드시 변경하는 등 사용자가 우선 조심해야 한다"며 "인세캠 접속 차단과 같이 추가 대책을 통한 피해 최소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완벽한 대책 마련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보안 전문가들은 통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토이'나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가전'도 위협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마트토이의 경우 사람이 가까이에 두고 사용하고, 어린 자녀에 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성이 제기된다. 스마트 가전의 경우 실제 생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구글의 자회사 네스트가 개발한 일부 스마트 가전 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며 온도조절장치 등 주요 장비가 고장 나 사용자가 큰 불편을 겪었는데, 향후 해커가 이러한 지점을 공격할 경우 사용자가 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부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최근 발견된 스팸 발송에 활용된 기기의 경우 CCTV와 냉장고가 동원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과거 PC에만 적용됐던 '좀비PC'의 개념이 다른 기기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여기에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 보안 솔루션 작동이 어려운 기기에 대한 위협도 전망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자원이 제한적인 웨어러블 기기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통해서도 악성코드를 통해 분산형 거부공격(DDoS) 등을 시도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IoT의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을 통한 보안 위협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하나만 장악해도 여기에 연결된 모든 기기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냉난방기 작동을 멋대로 멈추거나 시작할 수도 있고, 자동차 문 개폐나 시동 걸기 기능 등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은 상상 이상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IoT에 연결된 기기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49억대에 이르고, 오는 2020년에는 6배인 330억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에 대해 보다 혁명적인 접근을 통한 '보안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운기자 j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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