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천재' 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이세돌 대 알파고' 5번기 제 3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176수 만에 불계패(경기 도중 포기하고 돌을 던지는 것)를 당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9단은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승패나 내용 면에서 좋은 모습을 기대했을 텐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늘 경기와 관련해 "여태까지 (바둑을 두며) 많은 경험을 했는데 이렇게 심한 압박감,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며 "제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사실 1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승리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알파고에 대해 오판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2국은 초반부터 제 의도대로 흘러갔고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알파고가 승리하며) 승부가 2국에서 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승패는 갈렸지만 알파고의 정확한 능력을 따지기 위해선 남은 4국과 5국 경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인간은 심리적 부분이 있기 때문에 (승패가 결정된 이후의) 4, 5국이 알파고의 능력을 파악하기에 더 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9단은 이번 세기의 대결을 인간의 패배로 보는 견해와 관련해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알파고가) 우월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분명 약점도 있다"며 "완벽한 신의 경지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 인간에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패배의식을 경계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도 할 말을 잃을 만큼 이 9단과 알파고가 접전에 접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과 딥마인드 개발자팀에 감사인사와 존경을 전하면서도 "큰 그림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9단과 대국을 펼친 것은 그로부터 배우기 위함이고 알파고의 여러 한계를 깨우치고,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였다"면서 "알파고를 개발한 궁극적 목표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푸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국 현장을 깜짝 방문한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대국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며 "바둑이 가지고 있는 미학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접목해 개발할 수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 9단과 바둑계, 그리고 딥마인드 팀원들에 무한한 영광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챌린지 매치는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예정된 대국 5회 모두 진행된다. 제 4국은 13일 일요일, 마지막 제 5국은 15일 화요일에 계속된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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