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와 관련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SK텔레콤의 과거 해외투자 실패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SK텔레콤은 합병으로 이동통신시장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간 도전했던 해외 사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등 실제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전무하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지난 2001년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 'S폰'이라는 브랜드로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을 벌였지만 8년 만인 2009년 철수했다. 2005년에는 미국 이동통신재판매(알뜰폰) 합작사 '힐리오'를 설립하며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나, 3년 뒤인 2008년 힐리오를 버진모바일에 매각하며 철수했다.
또 중국 텔레매틱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8년 139억원에 '이-아이(E-eye) 까오신'을 인수했지만, 사업 부진을 이어오다 지난해 1월 매각했으며, 2009년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주식을 매각하며 손을 뗐다. 2010년 투자한 미국 이통사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년 5월 파산보호를 신청, 6000만 달러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수차례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철수했으며, 현재 운영 중인 11개 해외 자회사들이 작년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해외 소재 계열사 11개 기업이 모두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기록한 누적 적자 규모는 871억원으로, SK텔레콤 차이나홀딩스(중국)가 126억3900만원, SK플래닛 글로벌홀딩스(싱가포르) 134억9400만원, SK텔레콤 아메리카와 SK플래닛 아메리카(미국)가 각각 36억200만원, 1억1800만원 손실을 냈다. 통신사, 제조사, 투자사 등 업종에 관계없이 해외 자회사 모두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방송, 통신 시장의 경우, 각국 정부의 규제로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외 사업의 잇단 실패는 SK텔레콤의 무능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SK텔레콤은 최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또다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들이 낸 요금으로 동의없이 해외사업을 하다 대규모 손실을 냈으니 이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SK텔레콤이 글로벌 경쟁력과 함께 주장하는 '투자확대'도 허언(虛言)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확대를 통해 통신망 품질 개선을 공언한 SK텔레콤은 아직도 구식망 상품을 결합상품에 끼워팔아 초고속인터넷 저가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 인수 후 유선망 투자는 최하위 수준이며, 구식망 끼워팔기 전략은 결국 유선상품의 품질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돌이켜보면 KT는 3G망을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LG유플러스가 LTE망을 선도적으로 구축하는 등 지금까지 통신망 구축을 선도한 것은 후발사업자였다. KT는 최근 기가인터넷망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해외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미디어 경쟁구도 재편 등 합종연횡이 활발하다며 이번 인수합병의 타당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의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점유율 50% 이상의 지배력을 형성한 사례는 전무하다.
EU, 미국, 일본 등 해외 여러나라에서도 경쟁제한의 소지가 높은 M&A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국내 전문가들도 인수합병이 활발한 것과 경쟁제한 여지가 있는 인수합병에 대한 제한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동통신과 초고속 및 유료방송은 각국의 강력한 규제하에 놓여있는 전형적인 내수시장으로 통신과 방송 기업간 합병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 경쟁력 향상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집만 키우는 인수합병이 아니라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을 통한 체질강화가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 목적은 이동·방송·인터넷을 아우르는 전체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지금도 이미 결합상품을 통한 모바일 중심의 시장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유선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인수합병을 허용해 줄 이유는 전혀 없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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