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설렘’ 있는 연구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2902102269607001[1].jpg "[발언대] ‘설렘’ 있는 연구소")
얼마 전 필자가 다니는 연구원에서는 기습 세미나가 열렸다. 지금은 너무 언론에서 많이 회자가 되어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이세돌의 첫 번째 대국이 있기 전 까지는 ICT 분야의 사람들조차도 이번 이벤트는 큰 관심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소 내부 독서클럽 모임에서 이번 알파고와의 대결을 두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냐? 라는 의견들이 오갔다. 이참에 알파고와 이세돌 누가 이길까를 논리적으로 따져 보자고 했다. 종국에는 원내 기습 세미나가 제안됐다. 번개 모임의 주제는 '알파고는 어떻게 바둑을 둘까?'와 '알파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 2가지 내용이었다. 발표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기쁜 맘으로 밤을 새서 자료를 준비했다 한다.
세미나 당일 아침, 갑작스럽게 장소를 마련하고 원내 게시판에 공지를 했다. SNS에 안내도 했다. 2시간 정도 공지가 된 셈이다. 놀랍게도 참석한 사람은 연구원 내부 사람들뿐만 아니라 타 연구원 원장님, 기자까지 포함, 100석 가까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발표시간 내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많았고 끝나고도 활발한 토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있을 알파고와 이세돌의 첫 대국을 다시 이런 기습 세미나 형태로 진행하기로 약속하고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그 후 실제로 자발적인 모임 형태로 첫 번째 대국이 실시간 바둑중계로 이어졌다. 필자가 다니는 연구원에는 자발적인 정기적인 모임으로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준비하는 사람들)'라는 것도 있고 '오픈하소(오픈 하드웨어/소프트웨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발적인 기습 모임 성격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돌이켜 보면 굉장히 짜릿했고 이해관계 없이 모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양하고 자유로운 토론들이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개인 관심사로 참여했기에 어떻게 세미나를 할까라는 설렘으로 왔고 그래서 반응도 폭발적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때 얻은 지식들로 각자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의 마지막 인터뷰가 생각났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됐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시대적 화두가 아닌가 싶다.
알파고가 둔 수가 간혹 이상하게 보였지만 따져보니 좋은 수였다. 알파고를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이상한 좋은 수를 알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이 종종 빠지곤 하는 '경험의 함정'인 셈이다. 이런 함정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라도, 이런 자발적인 모임들이 연구소에서 많이 생겨 설렘이 가득한 시끌벅적한 연구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사례들이 하나, 둘 모여져 우리나라 연구원에서도 창의적인 좋은 문화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비상식이 상식을 만들고 융합과 소통의 문화 속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펑펑 샘솟기를 바란다.
김귀훈 ETRI 자가학습엔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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