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 턱걸이 카카오 인터넷은행 지분도 제한
"기업 성공적 이끌었더니 지원 대신 제약은 모순"
세계기업과 경쟁서 불리
"기업 성공적 이끌었더니 지원 대신 제약은 모순"
세계기업과 경쟁서 불리
시대 뒤처진 '대기업 기준'
"정부는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유한 자산만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구분하는 것은 현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의 성장을 촉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죽이는 규제입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올해 상호출자기업집단을 발표한 직후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을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이하 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대기업이 65곳이라는 뜻이다. 특히 올해에는 인터넷기업 중 최초로 카카오가 사실상 대기업에 편입됐다. 공정위 측은 카카오를 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사유에 대해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으로 자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 의결권이 제한되는 등 30개 이상의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A기업 관계자는 "콘텐츠와 창조경제를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목표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자 인가를 받았지만,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출자제한 기업으로 새롭게 지정된 것은 카카오, SH공사,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이다. 지정 사유를 보면 하림의 경우 '펜오션 인수 등으로 자산 증가', 셀트리온은 '보유주식 가치 상승 등으로 자산 증가' 등 6곳 중 3곳의 지정 사유가 자산 증가다. B기업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커졌다고 제한을 하는 것은 규제를 위한 규제"라며 "특히 카카오와 셀트리온의 경우 콘텐츠와 인터넷서비스, R&D(연구·개발)로 승부를 보는 곳인데 회사가 성장했다고 제조업 중심의 기준으로 규제를 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출자 제한 기업 65곳 중 삼성, 현대차, SK, LG 등 약 70%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출자제한 기업 지정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지원 대신 제약을 한다는 모순적인 것"이라며 "자산총액이 많은 기업만 규제한다는 것은 성장유인을 떨어뜨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김 연구위원은 "애플이나 구글이 받지 않는 규제를 삼성과 카카오 등은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세계시장에서 구글 등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계속 '감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에 지정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관련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출자제한 기업' 기준을 바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기준을 상향해 왔지만, 앞으로 기업들이 성장하면 기준을 높여도 현재처럼 지나친 규제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올 것"이라며 "하도급법, 자본시장법, 유통법 등 수십개에 이르는 법과 시행령과 연관이 돼 있어서 법률 자체를 고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출자제한 기업에 대한 규제는 1987년에 처음으로 도입돼 올해로 30년째를 맞는다. 최초 기준은 자산 총액 4000억원이었다가 1993∼2001년 상위 30대 그룹으로 바뀌었다. 2002∼2007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2008년부터는 9년째 자산 5조원이 기준이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정부는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유한 자산만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구분하는 것은 현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혁신기업의 성장을 촉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죽이는 규제입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올해 상호출자기업집단을 발표한 직후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을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이하 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대기업이 65곳이라는 뜻이다. 특히 올해에는 인터넷기업 중 최초로 카카오가 사실상 대기업에 편입됐다. 공정위 측은 카카오를 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사유에 대해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으로 자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출자제한 기업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 의결권이 제한되는 등 30개 이상의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A기업 관계자는 "콘텐츠와 창조경제를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목표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자 인가를 받았지만,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출자제한 기업으로 새롭게 지정된 것은 카카오, SH공사, 하림, 한국투자금융,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이다. 지정 사유를 보면 하림의 경우 '펜오션 인수 등으로 자산 증가', 셀트리온은 '보유주식 가치 상승 등으로 자산 증가' 등 6곳 중 3곳의 지정 사유가 자산 증가다. B기업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커졌다고 제한을 하는 것은 규제를 위한 규제"라며 "특히 카카오와 셀트리온의 경우 콘텐츠와 인터넷서비스, R&D(연구·개발)로 승부를 보는 곳인데 회사가 성장했다고 제조업 중심의 기준으로 규제를 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출자 제한 기업 65곳 중 삼성, 현대차, SK, LG 등 약 70%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출자제한 기업 지정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지원 대신 제약을 한다는 모순적인 것"이라며 "자산총액이 많은 기업만 규제한다는 것은 성장유인을 떨어뜨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김 연구위원은 "애플이나 구글이 받지 않는 규제를 삼성과 카카오 등은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세계시장에서 구글 등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계속 '감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에 지정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관련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출자제한 기업' 기준을 바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기준을 상향해 왔지만, 앞으로 기업들이 성장하면 기준을 높여도 현재처럼 지나친 규제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올 것"이라며 "하도급법, 자본시장법, 유통법 등 수십개에 이르는 법과 시행령과 연관이 돼 있어서 법률 자체를 고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출자제한 기업에 대한 규제는 1987년에 처음으로 도입돼 올해로 30년째를 맞는다. 최초 기준은 자산 총액 4000억원이었다가 1993∼2001년 상위 30대 그룹으로 바뀌었다. 2002∼2007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2008년부터는 9년째 자산 5조원이 기준이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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