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다시 `혁신 맥박`을 뛰게 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0402102276650001[1].jpg "[안경애 칼럼] 다시 `혁신 맥박`을 뛰게 하자")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설립으로 본격적인 과학기술 역사를 시작한 우리나라가 그로부터 50년을 맞았다.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올해를 '과학기술 50년의 해'로 정하고, '과학의 달'인 이달을 정점으로 지난 50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다양한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기반이 일천했던 1960년대 중반 과학기술은 배불리 먹고 잘 사는 미래를 열어주는 '마법의 열쇠'로 통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KIST가 들어설 터를 정하고 공사기간 내내 현장을 찾아 격려했다. KIST 설립 후에는 연말에 연구자들에게 월급의 몇 배나 되는 두둑한 금일봉을 건넸다.
KIST 설립 1년 후인 1967년 4월 과학기술 전담부처인 과학기술처가 출범했고, 다음해인 1968년에는 4월21일을 과학의 날로 정했다. 그때부터 만물이 생장 에너지를 가득 머금은 4월에는 해마다 다양한 과학문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특별대우를 받던 50년 전, 과학기술자들은 나라를 잘 살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KIST 설립을 함께 한 과학자들은 당시를 '오늘날 첨단 소재를 만드는 LG화학이 치약과 플라스틱 가공공장을 하나씩 갖고 바가지 등을 생산하는 시대였다'고 회상한다. 당시 국내에는 전자산업이 태동하지 않아 중요한 부품은 전부 일본에서 수입했고, 금성사가 수입부품을 이용해 소형 라디오를 조립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KIST 연구자들조차 라디오 인쇄회로기판을 직접 만들지 못해 미국에 가서 기술을 배워왔다.
그러나 그들의 핏속에는 혁신의 맥박이 강하게 뛰고 있었다. KIST 연구자들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기업체를 직접 찾아다녔다. 과학기술자들은 지난 50년간 나라를 먹여살린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전기전자, 철강 등 주력산업의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전략을 세웠다.
지난 50년 우리의 과학기술 역사는 엄밀히 말해 '기초과학'보다는 '산업기술'의 역사였다. 연구자들은 우주의 원리와 생명의 비밀을 파는 연구보다는 당장 산업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의 앞선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산업현장에 전수하는 일에 몰두했다. 기업들의 빠른 성장 뒤에는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밀착 지원이 있었다.
그렇게 이어온 고성장의 역사가 끝을 보이고 있다. 주력산업들은 한꺼번에 위기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위기상황에도 희망이 보인다. 작년 역사적인 대규모 기술수출을 한 한미약품은 작은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에 연구와 생산거점을 만들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인공지능 의료시대를 열기 위해 수십개 국내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펴겠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유통산업 혁신에 불을 지핀 쿠팡은 '실리콘밸리 DNA'를 가져와 기업 투자와 M&A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디어와 씨앗기술을 가진 젊은 벤처들은 신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래 50년 우리 경제를 이끌 메이저 플레이어는 과거 50년 기업과는 확실히 면면이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50년 전 황무지에서 기적을 일군 이들과 마찬가지로 '혁신 DNA'로 무장해야만 또 다른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과학기술은 또 한번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 과학기술과 혁신 DNA가 결합해 열어나갈 대한민국의 미래 50년이 기대된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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