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안전불감증이여, 가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2802102269781001[1].jpg "[발언대] 안전불감증이여, 가라~")
2007년 12월 12일, 우리나라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예술의 전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나는 그때 오페라 '라보엠'을 보기 위해 그 자리에 함께 했었다. 오페라는 땔감조차 살 형편이 안 되는 예술가들이 추위를 달래기 위해 원고뭉치로 벽난로에 불을 지피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화재는 바로 이 장면에서 발생한다. 벽난로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무대커튼으로 옮겨 붙었다.
관객들의 침착한 대처로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오페라극장은 전면적인 공사를 거쳐 2009년 3월에서야 재개관이 됐다.
당시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오페라극장이라는 대형시설에 설치된 무대커튼에 그렇게 순식간에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을 놓지 못했다. 당연히 불에 타지 않는 방염 커튼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방법은 극장이나 병원과 같은 대형 시설에 방염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방염제품이란 불에 타지 않도록 처리한 것으로 섬유에 있어서는 원료부터 난연 재료를 쓴 것인지, 후가공으로 처리한 것인지에 따라 나눌 수 있으며 방염의 정도에 따라 난연<준불연<불연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학섬유의 경우, 원료인 폴리머(Polymer)부터 난연 재료를 쓰는 것과 직물로 만들고 나서 스프레이와 같은 방염 제품으로 후가공 난연 처리를 하는 것 모두 방염 제품이라는 인증을 받지만 화재 발생 시 그 기능은 크게 차이가 난다. 폴리머 난연 제품은 불이 잘 붙지 않으며 화염이 번지지 않고 유독 가스도 발생하지 않는 반면, 후가공 방염 제품은 코팅된 방염 처리가 타고나면 화염을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가스의 발생량이 현저히 높다. 그리고 코팅된 부분에 먼지 등이 쌓여 불이 붙을 경우 번지는 것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예술의 전당' 화재 사고의 경우에도 볼 수 있듯이 아무리 방염 처리가 된 커튼이더라도 화재 발생 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폴리머 난연 섬유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사용 규정이 없다 보니 이런 후진국형 화재사고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재 발생 후 초기 몇 분은 대형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이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방염 제품의 역할이며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해마다 반복되는 안타까운 화재사고에서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불감증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상규 휴비스 인력개발실장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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