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시장 통한 구조조정 능력 키우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29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시장 통한 구조조정 능력 키우자")
4월 들어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노력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대 취약업종(해운·조선·건설·철강·석유화학)의 과잉설비 축소와 경쟁력 강화 방향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철강, 석유화학, 건설은 유가 하락과 해외 건설 수주 및 자발적 생산 감소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나, 조선과 해운의 경우 해상 물동량 감소로 인한 선박 발주량 감소 및 해상 운송 운임 감소로 계속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부채 5조원 이상, 영업 적자도 매년 2천억원 이상 발생해, 3000명 정도 감원이 시작됐으며,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마련하고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한진해운은 삼일회계법인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자체 노력만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최근 이사회 결의를 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4월 26일 금융위원회 주도의 제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향후 기업 구조조정은 3개 트랙으로 동시에 진행할 것을 확인한 바, 경기 민감 업종 구조 조정(트랙 1)은 정부협의체가 구조조정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기초로 채권단은 개별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상시 구조조정(트랙 2)은 2011년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금융 당국이 신용 위험(부실 여부) 평가 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워크 아웃 및 회생 절차 등을 추진하는데, 4~6월 대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7월 초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7~10월 평가를 거쳐 11월 대상을 가려낸다. 선제적 구조조정(트랙 3)은 2016년 2월에 제정된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이 시행되면서 공급 과잉으로 판단되는 기업 스스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해, 특히, 석유화학, 철강 등의 업종은 업계 자율의 컨설팅을 통해 수급 전망, 경쟁력 진단 후 설비를 감축하거나, 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토록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이유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실재,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일본 상업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해서 대출연장 및 이자면제 등 오히려 자금을 추가 지원함으로써, 좀비기업(금융지원 받는 기업)들이 4%에서 2000년 15% 상승했고, 상업은행의 본격적 부실자산 정리가 2000년대 초로 지연되어 오히려 정상 영업 악화로 이어져 타 산업 전반의 고용과 투자가 위축되고, 중장기적 생산성과 역동성이 저하됐다. 1999년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을 도입해, 기업간 M&A 촉진으로 규모 경제 가능한 대형 제조업을 지원하면서 일본 기업 국가경쟁력 확보에 기여했고, 국책은행의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선제적 자구노력 유도 및 신규자금지원을 최소화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사전에 보호하고, 기업의 건실한 재기를 위하여 정부가 미리 구조조정에 열의를 보이는 노력에 대해, 다음 두 가지 이슈를 동시에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 시장의 불안이 과연 노동 개혁 5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법, 파견 근로자 보호법)으로 해결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20대 국회에서 이 법들이 과연 통과될지 불투명하고, 노동계의 반발이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은 바, 오히려 기업구조조정의 여파를 더욱 키울 우려도 있다. 둘째,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노력보다는 전문 M&A 산업 육성 및 지원 등 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생태계 및 능력을 제고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상기 언급한 3가지 기업구조조정 트랙의 주인공은 결국 정부와 은행인데, 투명성과 전문성 차원에서 오히려 사모 펀드 등 민간 전문 업체들이 차제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 특히, 대기업 일가에 대한 특혜 여부에서 정부가 자유스러워지기 위해서라도 시장의 논리를 더욱 강화하고 투명하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금년 2월 통과된 원샷법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 노력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고통스럽다. 마침 노동계의 춘투 시기와 맞물려 거대한 혼돈과 갈등이 폭발할 듯한 걱정도 상당하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노력에 조금 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와 시장의 참여를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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