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억제 기대속 '2금융권 쏠림' 우려
원리금 분할상환 전제
LTV 60% 초과시 제한
"금리인상 충격 최소화"
취약계층엔 부담 커져
'풍선효과' 대응안 시급
원리금 분할상환 전제
LTV 60% 초과시 제한
"금리인상 충격 최소화"
취약계층엔 부담 커져
'풍선효과' 대응안 시급
그동안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됐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2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은행 대출자들의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대출이 여의치 않은 가계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등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일부터 비수도권에서도 대출 심사 강화인 '여신(주택담보대출)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은 지난 2월 1일부터 해당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주택가격보다 대출액이 과다(LTV 60% 초과)하거나 연간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과다(DTI 60% 초과)한 경우 대출 규모를 줄이게 된다. 특히 그간 주담대가 관행적으로 10년~30년 거치식(대출 후 10년~30년동안 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음)대출을 해 왔던 관행을 타파하고 대출 직후부터 원리금을 분할상환(1년 거치 가능)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시행한다. 변동금리를 적용했던 방식도 고정금리로 전환하게 된다. 이를 통해 향후 금리 인상 등 충격 요인이 있어도 가계부채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지난해 신규 취급된 은행권 주담대의 62%가 비거치식·분할상환으로 취급됐는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올 2월은 77%가 비거치식·분할상환으로 취급됐다"면서 "이를 통해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은행 문턱에 '취약계층 벼랑 끝'=그러나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득이나 담보 측면에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 계층은 은행 대출이 더 어려워져 '부채 한계'에 몰리게 된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은 저축은행이나 보험·캐피탈 등 제2금융권 주담대로 밀려나고 있는데, 제2금융권 주담대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해당 가구의 부담도 높아진 상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루어진 안심전환대출의 효과를 제거한 후 측정한 결과, 지난해 4분기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17조2000억원이나 증가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직전 분기인 2015년 3분기 증가액 및 전년 동기인 2014년 4분기 증가액이 각각 8조8000억원, 8조400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2배 수준에 달했다.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상호금융권의 토지,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 폭이 확대된 셈이다.
조영무 LG경연 연구위원은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이 5월부터 비수도권에도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선반영 돼 나타나기 시작한 제도 변화의 효과가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담보가 적은 취약계층은 은행 대출을 줄여야 하거나 늘리기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해당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증가 및 가계 재무 상황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연구원의 지적이다.
특히 조 위원은 가계부채가 부실화된다면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청년층 및 노년층, 저소득층, 자영업자 및 무직자, 무주택자 등 취약계층에서 먼저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들 계층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절대 숫자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취약 계층 가계부채 부실화가 현실화될 경우 소비 위축, 신용유의자 증가 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은행권 역시 보유한 가계대출의 규모는 은행권에 비해 적지만 서민을 상대로 한 금융기관들이 많아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조 위원은 경고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 풍선효과가 가계부채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당국의 보다 면밀한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정책 서민금융을 확대하고 대부업 최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서민, 취약계층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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