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이슈와 전망] 양적완화, `정책공조`가 핵심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09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양적완화, `정책공조`가 핵심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8년, 세계경제는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늘어난다. 한국도 지난 4.13 총선 때 새누리당이 양적완화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양적완화를 도입한 유로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최근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주요국 중 양적완화가 비교적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양적완화를 도입한 주요국들이 아직도 대부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주요 선진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당초에는 긴축에 몰두했다. 그러나 긴축은 세계경제를 더욱 침체시켰다. 따라서 주요국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초(超)저금리 상태에서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선회했다. 양적완화는 자국통화 가치를 절하시켜서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고(高)환율정책이며 인근궁핍화(隣近窮乏化)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글로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추진하더라도 그들이 모두 약세 통화를 유지할 수는 없다. 약세 통화가 있으면 강세 통화가 있는 법이다. 즉, 양적완화로 모든 국가의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이 서로 남의 것을 훔치더라도 모두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하더라도 그 효과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를 실시한 시점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착수해서 2014년 채권 매입을 끝냈다. 일본은 2012년 12월부터 아베노믹스를 채택함으로써 양적완화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EU는 2015년 3월 양적완화를 뒤늦게 시작했다. 최근에 미국은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일본과 EU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역시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즉, 미국이 확장통화 기조로 나아갈 때, EU와 일본은 긴축기조에 머물렀고 EU와 일본이 확장기조로 나가자 미국은 긴축으로 돌아선 것이다. 주요국간의 정책협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양적완화의 효과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된 원인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서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고 경기침체도 지속됐다.
주요국들이 자국 이익만을 위해 경쟁하는 정책(Non-cooperative games)을 추진한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해서 양적완화 뿐 아니라 구조조정과 주요국간의 정책공조가 절실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내쉬(John Nash)'는 시장지배력을 갖는 과점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기 이익만을 위해 경쟁하기보다 서로 협력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OPEC의 원유 카르텔이다. 주요국들은 자국 이익만을 위한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그들에게 이익일 뿐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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