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문위 법안 심사소위
19대 국회서 통과되나 관심
세계선 이미 자율심의 대세
게임업계 규제 폐지 주장속
법안 불발땐 정책기조 제동
19대 국회서 통과되나 관심
세계선 이미 자율심의 대세
게임업계 규제 폐지 주장속
법안 불발땐 정책기조 제동
정부가 일일이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는 게 아니라,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스스로 등급을 정하도록 하자는 '게임물 자율심의'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 달인 5월 통과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의 낡은 규제로 지목됐던 등급분류제 폐지와 민간 자율심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내건 게임산업 육성과 규제 개선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그동안 이 개정 법률안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않은 데다, 여당의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아 19대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게임 업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민간 자율 등급분류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10일 게임업계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11일 마지막 법안 심사 소위를 열고 '게임물 자율심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 개정안) 법안을 심의한다.
작년 11월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심의가 미뤄진 이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만료일인 오는 29일 내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 법안은 1990년대에 도입돼 적용 중인 현 정부의 게임물 등급 분류제를 PC 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 출현에 따라 등급 분류 자체를 민간에 이양해 빠르게 게임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중복 등급 심사비용 등의 폐단을 막아보자는 게 골자다.
현재 PC·온라인을 비롯해 비디오·콘솔 게임물(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제외)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민간 등급분류 기관)가, 모바일게임(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제외)은 구글,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가 등급을 분류 중이다. 모든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은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을 심사한다.
하지만 게임 플랫폼이 다양화하면서 온라인·모바일 연동 게임, 가상현실(VR) 게임, 스마트TV 게임 등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게임 이용 환경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작년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이 △플랫폼 중심에서 게임의 내용물을 중심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체계로 변경하고 △민간 사업자들의 자율심의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하자는 내용으로 '게임물 자율심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모바일 게임처럼 PC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스마트TV, VR 등 기타 플랫폼 게임(청소년불가 게임과 사행성 게임 제외)에도 자율등급 분류를 적용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문체부 장관이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사업자에 한해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해당 사업자에 대한 교육 및 사후관리를 맡는 식이다.
업계는 이 법안 적용이 지연될수록 국내 게임 산업이 세계 시장 변화에 뒤처져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민간 자율 등급분류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비영리 자율규제 단체인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에서 아케이드를 포함한 모든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ESRB를 모델로 한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등급협회'(CERO;Computer Entertainment Rating Organization)에서, 유럽은 범유럽 게임등급 기구(PEGI;Pan European Game Information)를 통해 자율적으로 등급을 심의한다.
국내 등급분류제 때문에 VR 플랫폼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 진출하려던 일부 해외 기업은 진출 시기를 법안 통과 시점으로 미루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의 한국 판매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오큘러스가 대표적이다. 오큘러스 관계자는 "한국 사전예약 판매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자율등급 관련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VR 콘텐츠 플랫폼에 등록되는 게임 등급을 우리가 스스로 심의할 수 있게 돼 보다 많은 게임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 적용에 따라 등급 심사 시간과 비용(게임당 최장 45일, 최고 45만원) 절감 효과를 기대하는 국내 게임사들도 반드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적용되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경우, 게임 내용의 변화 없이 플랫폼만 변경하거나 확장할 때 또다시 등급분류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며 "이에 따라 등급분류에 들어갔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규제 완화를 통해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문체부의 게임산업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법안은 문체부의 '게임 산업 진흥 중장기계획(2015 ~2019)'을 배경으로, 문체부와 논의를 거쳐 세부 내용을 정한 사실상 '정부 법안'이기 때문이다.
한편 문체부는 2014년 '차세대 게임산업 신영역 창출', '게임 산업 재도약 기반 마련', '게임 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 등 3대 전략으로 창조적 게임 강국을 실현한다는 '게임 산업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했다. 3대 전략 실현을 위해 등급분류 등 불필요한 규제를 풀겠다는 게 문체부의 계획이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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