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1702102351607002[1].jpg "[시론]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
옥시(OXY)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업인 영국의 생활용품업체 레킷 벤키저(Reckitt Benckiser)가 요즘 연일 화제다. 하루가 멀다하고 소비자의 불매운동 선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연일 뉴스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옥시 레킷 벤키저는 현재 영유아 및 청소년을 포함하여 총 140여명이 사망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사 중 하나로, 현재 재판중이다. 원래 동양화학그룹의 계열사였던 옥시는 레킷 벤키저가 인수하여 대한민국의 현지 법인이며, 가습기 살균제 외에도 데톨, 비트, 에어윅 등 우리가 잘 아는 의약품 및 세제 등을 판매하고 있는 큰 제조회사다.
이 비극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이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이슈화됐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이 다시 드러나는 이유는 2016년 4월부로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옥시 레킷 벤키저가 방송 등을 통해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화는 더욱 거세졌다.
이러한 옥시 레킷 벤키저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불매 운동 등 '용서할 수 없는 기업'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미리 알았거나, 혹은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조하고 유통했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년여가 지난 지금에야 옥시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진정성이 없는 억지 사과로 받아들이고 전국 단위의 불매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옥시 레킷 벤키저는 앞으로 한국에서의 제조 및 판매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사태에서 우리는 '진정성'과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 실수의 경중을 따져 중할 경우 법의 심판을 받기도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업이 실수를 하였을 경우의 대처이다. 소비자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진정성과 그리고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기업 내부에서 윤리 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
필자가 윤리 경영, 즉 기업 윤리에 대한 다소 진부한 이야기를 이 시점에서 하려하는 이유는 아직도 기업 윤리에 입각한 윤리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인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2001년 말, 통신, 전기, 플라스틱, 석유 화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혁신적 기업이었던 엔론 사는 실제로 부정 회계와 로비 등 '엔론 게이트'로 그 종말을 맞이했다. 어디 엔론 사 뿐이겠는가?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은 배기가스를 조작해 기준치의 40배나 발생하는 자동차를 판매해 온 것이 드러나 전 세계적인 지탄과 신뢰를 잃었다.
기업이 설립되는 배경은 결국 지역 사회다. 즉, 지역 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건강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기업은 지역 사회의 구성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동시에, 월급을 주는 고용인이다. 즉, 함께 성장해나가야 하는 동반자적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동반자에게는 '신뢰'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신뢰를 얻기 위하여 기업은 사회적 책임(CSR)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봉사한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것은 기업 운영을 윤리적으로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옥시 레킷 벤키저에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도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하다는 것을 이미 밝혀 냈는데도 계속해서 생산하고 유통시켰다는 것에서 오는 '신뢰'의 상실인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중요해 지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사회 환원 및 봉사 등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그 전에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 서비스를 생산해 내는 운영 방식이 윤리적인지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점검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동반자인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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