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재고자산 각각 7.4조·2.2조
수요 부진에 분기 사상최고 수준
재고자산 비율 급증 우려 확산
"생산품목 다양화 영향" 반론도
[디지털타임스 황민규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자산이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화 조짐까지 나타내고 있는 반도체 시장 수요 부진을 반전시킬 마땅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어서 올해 두 회사의 재고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반도체 재고자산은 각각 7조4024억원, 2조193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수준의 재고를 쌓았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통상 4분기 말에 재고를 상당 부분 털어내기 때문에 1분기에 이처럼 재고가 급등하는 사례는 드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고자산 상승세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2010년에는 3조원대였던 재고는 2012년에는 4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부터는 6조~7조원 수준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1분기(5조7059억원)보다 무려 1조6965억원 재고자산이 늘며 반도체 시장 불황을 오롯이 드러냈다.
재고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의 급격한 매출 감소다.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메모리 사업부 매출액은 7조94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00억원 줄었다. 지난 수년간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승승장구하던 메모리 사업부의 힘이 한풀 꺾인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 상승은 불가피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1조5000억원대 이하의 재고자산 건전성을 유지했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 1조9233억원의 재고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 만에 2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 역시 2014년 5.6%, 지난해 6.5%, 올해는 7.4%로 계속 상승추세다.
문제는 앞으로 반도체 시장 상황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사이클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산업으로, 최근 2~3년간의 호황 이후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다른 수출업종에 비해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지난 3년간 추세와 비교해보면 급격하게 경영지표가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회사의 재고 자산이 수요 부진 탓도 있지만, 생산품목이 다양해진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 낸드 위주의 사업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오토모티브용 칩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SSD와 오토모티브를 포함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등 다양한 칩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 영역이 다각화 한만큼 일정한 수준의 재고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재고 증가에 대한 이 같은 업계 우려에 대해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제품이 점점 다양화되다 보니 공급자 입장에서 보유해야 하는 필수 제품군이 다양해진 것"이라며 "2분기에 수요가 살아날 경우 재고 수준이 다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