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90여개 업체 입주… 6개월간 '사업화 성과' 미미
예산 390억 '혈세낭비' 비판… 콘텐츠 융합 설립취지 무색
전형적 전시행정 비판 확산… "입주한 이유 모르겠다" 불만
예산 390억 '혈세낭비' 비판… 콘텐츠 융합 설립취지 무색
전형적 전시행정 비판 확산… "입주한 이유 모르겠다" 불만
정부가 '문화융성'을 통한 경제 도약을 외치며, 작년 12월 야심차게 문을 연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전형적 전시행정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와 함께 문화·콘텐츠 관련 90여 벤처 기업이 입주했지만, 6개월이 다 됐는데도 이렇다 할 사업화 성과가 없고, 당초 벤처단지 설립 취지인 입주사 간 협력 사례도 미흡해 '예산 낭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입주사들은 지원 체계가 부실해 기업 간 협력과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인 데다, 입주 후 6개월 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단지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입주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사들에 따르면 당초 단지 설립 취지가 입주사 간 협력을 통한 융합 콘텐츠 사업화였지만, 이를 지원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입주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이번 정부의 역점 사업의 하나로 작년 2월 출범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핵심 거점이다. 콘텐츠의 기획에서 제작·사업화, 유통·재투자에 이르는 전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골자다. 기획 중심의 문화창조융합센터와 제작·사업화의 구심점인 문화창조벤처단지,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문화창조아카데미 등이 거점으로 조성됐다. 정부는 콘텐츠 구현·유통 중심의 3개 거점(K컬처밸리, K익스피리언스, K팝아레나)을 추가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작년 12월 입주사 93개 규모(기술 분야 23개사, 콘텐츠 분야 47개사, 플랫폼·유통 분야 17개, 관광 분야 5개, 기타 1개)로 출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만 벤처단지 사업에 390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운영 주체 가운데 한 곳인 문화창조융합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들 입주사 간 성사된 협력 건수는 채 10건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 숫자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벤처단지 측이 공개한 협력 사례는 라오노믹스(경제정보제공 업체)와 예술고래상회(청년 일러스트 작가 플랫폼)의 '글로벌 경제교육 온라인 갤러리' 개설, 퍼니플랜(동네서점 지도 앱)과 피시스북(멀티미디어 앱북)의 동네서점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개발 협력 등이다.
다른 문화콘텐츠 기업과 협력을 위해 13:1의 경쟁을 뚫고 입주한 기업 입장에서는 힘 빠지는 실적이다. 지원체계 자체를 탈바꿈하지 않으면 예산만 낭비될 것이라는 게 입주사들 지적이다.
특히 입주사들은 입주사 간 협업 조력자 역할을 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융복합 콘텐츠 개발 협력이 원활히 논의될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콘텐츠진흥원은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의 코디네이터(이하 코디)를 입주사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디가 단 6명이다. 1명당 평균 15개의 입주사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벤처단지 입주사 대표는 "코디와 입주사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다른 기업과 협력을 위해선 입주사가 직접 뛰어야 했다. 이럴 바에는 굳이 여기에 입주하지 않아도 됐다. 벤처 사무 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활동 중인 6명의 코디도 벤처단지 입주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실정이다. 코디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총괄하는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소속이며, 이들은 융합벨트 전체 사업과 관련한 기획, 회의 등에 수시로 투입되고 있다. 현재 벤처단지에는 콘텐츠진흥원 소속 직원 22명이 상주해 있다. 이들이 업체 간 모임,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지만, 업체 간 협력 주선 전담 직원은 없다.
더욱이 작년 12월 입주한 51개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내달 짐을 싸서 나와야 할 판이다. 4인 이하 입주사는 입주기간이 6개월이고, 평가를 통과하면 추가 6개월까지만 단지에 있을 수 있다. 입주사 관계자는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성과가 없으면 6개월 만에 나가야 한다니, 이럴 거면 들어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입주사들의 그간 투자유치 성과도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다. 단지 개소 이후 현재까지 투자유치를 받은 기업은 전체 입주사의 6%(6개사)에 불과하다. 금액은 총 50억3000만원이다.
한편,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딱히 내세울만한 성과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좋은 사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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