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교체비·수수료 떠 안고
편의성 확대에 페이만 이득
경쟁속 불리한 계약 체결로
모바일 핀테크 주도권 내줘
편의성 확대에 페이만 이득
경쟁속 불리한 계약 체결로
모바일 핀테크 주도권 내줘
국내 시중은행들이 간편결제로 각광받는 각종 '페이'와의 제휴를 늘리고 있지만, 실제 은행의 부가가치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경쟁에 떠밀려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바일 핀테크에 대한 주도권을 휴대폰 제조업체나 인터넷 업체에 스스로 내주는 형국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우리은행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을 필두로 각 은행이 다양한 '페이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삼성페이의 독점 계약이 끝난 지난 5월, 신한은행·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줄이어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확대했다. 네이버페이와의 제휴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재 대다수 은행이 네이버페이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독점 체크카드 출시에 이어 최근 제휴를 확대해 자동화기기(ATM)출금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경쟁적인 페이 제휴 서비스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먼저 삼성페이와 독점 제휴를 맺었던 우리은행은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페이 가맹점의 마그네틱보안전송(MTS) 단말 리더기 교체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는 물론 출금을 위한 ATM 수수료도 별도로 책정받지 못하고 우리은행이 부담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의 독점 계약으로 '선점효과'를 누렸다고 홍보하긴 했지만, 정작 이용 편의성 확대로 이미지가 상승한 곳은 우리은행이 아니라 삼성페이다. 이용자들은 모바일 간편결제 수준을 넘어 현금 출금까지 가능한 삼성페이에 대한 호감을 높였을 뿐, 관련 이용자가 우리은행으로 유입되는 것은 두드러지게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 론칭에 이어 8월 삼성페이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해 모바일 선두 은행의 입지를 공고히 한 것은 최대의 소득"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페이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실제 투자한 부분을 고려하면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키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보다 한발 늦게 삼성페이와 손을 잡은 타 은행들은 기존 우리은행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ATM 출금 무료, 송금 수수료 무료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결제 및 ATM, 송금 수수료 관련 협상을 한 은행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은행들은 "수수료 관련해 삼성전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일단 한시적 프로모션 성격으로 상품을 출시한 것이고,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비용 분담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페이와의 제휴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네이버페이와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은행은 최근 네이버페이 ATM 출금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타행 등록 계좌 이용자도 연말까지 수수료 없이 신한은행 ATM에서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이 과정에서 별도의 결제 수수료나 출금, ATM 수수료 비용 분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은행과 유사한 독점서비스를 체결한 것도 아니다. 네이버페이 입장에선 전국 신한은행 ATM을 활용해 이용자의 편의성과 범용성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정작 신한은행 입장에선 얻을 것이 없는 계약이다.
신한은행 측은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타 은행 역시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네이버로부터 포털 화면 광고 노출 등의 기회를 일부 얻은 것 뿐, 결제에 대한 제대로 된 수수료 모델은 정립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G페이와 계약을 맺은 KB국민은행은 그나마 결제 수수료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스마트일회용비밀번호(OTP) 제공에 대한 솔루션 비용도 LG전자에게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결제업계에서 받는 결제 수수료는 건당 500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PG업체 등 결제 사업자와 맺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이 가이드라인에 준해 LG페이 제휴 협력을 맺었다. 결제에 따른 실비는 각자 분담하고, 적정 수수료 계약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유행적으로 페이 서비스를 출시하지만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도 못했을뿐더러, 각종 페이 연동 서비스로 되레 모바일 주도권을 인터넷 업체에 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기업과의 수수료 협상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일반 금융이용자에게는 수수료를 올려받는 모순된 상황도 발생하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은 페이 서비스에서 뒤쳐질 경우 모바일 전략 자체가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페이 서비스 제공업체의 권한이 커질 경우 수수료 분쟁의 소지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용자들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협력 모델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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