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디지털산책]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살리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606/20160601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살리려면")
금년 1월 25일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허용되어 개인은 동일 기업당 200만원(소득 요건 구비 투자자는 1000만원), 연 최대 500만원(소득 요건 구비 투자자는 20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하다(전문 기관 투자자는 무제한). 2007년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인 영국의 조파닷컴(Zopa.com)을 태두로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증권형, 대출형,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틀어 2013년 61억달러, 2014년 162억달러, 2015년 344억달러를 기록,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5월초 현재 49개 업체 중 28 기업이 펀딩에 성공하는 등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중개업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 대표적으로 기존 투자중개업 설립 요건 자본금 규모를 3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춰 온라인 소액 투자 중개업(즉,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 설립의 용이성과 난립 방지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영업 행위의 규제(중개하는 증권의 취득뿐 아니라, 발행 및 청약의 주선 및 대리 금지), 청약증거금의 신탁 및 예치 금지(은행 혹은 증권금융회사 영역), 투자 광고의 제한(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투자 광고 허용. 단, 다른 사이트 통한 접속은 허용), 투자 규모의 제한, 투자 희망 기업의 게재 내용에 대한 확인 의무 및 투자 희망 기업의 허위 게재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8곳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자의 발전과 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보다 많은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 우선, 투자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 프로젝트 사업이 투자 대상으로 허용되어 있으나, 영화 산업의 경우 문화 산업 전문 회사, SPC 등 법인을 대상으로 투자가 허용될 뿐 영화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투자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또한, 대중음식점도 20인 이상의 대형 음식점으로 투자 대상이 제한되어, 실재 소액 투자자금 유치가 필요한 20인 이하 음식점들은 이 제도에서 제외된다. 최근 소규모 음식업 위주의 서민 창업 현상을 고려해 볼 때, 정작 크라우드 펀딩이 필요한 곳에 이 제도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둘째, 크라우드 펀딩 관련된 예탁결제원의 역할이 개선돼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발행된 증권은 예탁결제원에 예탁 혹은 보호 예수돼야 하고, 명의개서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예탁결제원, 국민은행, 하나은행 세 곳 중 하나 선임). 문제는 주식 관련 사무 기간이 보통 2달 정도 소요되고, 증권의 예탁 및 보호 예수와 명의개서대리인 계약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정작 성공적인 투자 유치 이후에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셋째,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자의 역할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자는 오직 자신의 사이트를 통한 투자 중개 업무만 가능해, 자신이 투자 중개하는 기업에 대한 리드 투자가 금지되어 있다. 이는 중개 수수료만 허용되는 크라우드 중개업자의 수익 구조 개선 차원에서나, 리드 투자가 허용되는 외국 사례(예, ourcrowd)를 보거나, 자산운용사가 자신이 운용하는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가 허용되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공평성과 일관성에 하자가 있다. 넷째, 온라인 매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돼야한다.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자는 자신의 홈페이지 뿐 아니라, 카카오톡 등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매체를 통한 투자 유치 노력이나 홍보가 허용돼야 한다. 또한, Active X 기반 공인인증서 및 Bank Pay 사용 의무화는, 온라인 결재 관련되어 너무도 많이 논의된 숙제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발행기업의 결산보고서도 최초 온라인 중개업체의 사이트를 통해서만 공시되어, 정부 3.0과 같은 통합 공개가 어려워 투자자는 일일이 해당 사이트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다섯째, 투자 유치 목표 금액에 대한 정확한 준수가 완화돼야 한다. 80% 미만 투자 유치시 발행 전액이 취소되고, 반대로 초과 유치시 초과 금액은 펀딩 금액에서 제외되는데, 정확한 투자 가능 금액의 사전 산정이 불가능한 바, 이러한 규제는 오히려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효과만 생산할 뿐이다.
크라우드 펀딩 제도는 신생 창업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창업 자금을 확보하도록,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일반 서민들의 투자 참여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취지는 기존의 금융 관행에 상당히 구속받거나, 너무 앞선 투자자 위험 걱정으로 오히려 효과가 의심되는 전시형 제도로 머물러 있는 형세다. 크라우드 펀딩 및 핀테크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금융 당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자세의 변화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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