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병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GDP에 `삶의 질` 개념 담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6/2016061402102351607001[1].jpg "[시론] GDP에 `삶의 질` 개념 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년 실시하는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의 2016년도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OECD가 더 나은 삶의 질 지수를 발표하는 이유는 각종 경제지표나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차가운 숫자에 함몰되지 말고 더 근본적인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자는 데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38개국 중 28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11개 항목 중 9개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졌고 그중 대기오염, 저녁이 없는 삶, 건강, 공동체 관련 지수가 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점수를 얻은 교육 연한이나 문맹률 지표 역시 우리의 각박한 삶과 맞닿아 있어 즐겁지만은 않다. 또한 수질 오염이나 자살률, 심야 길거리 안전율도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는 한국의 경우 더 나빠지는 삶의 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 대열에 오르기 위해 GDP 성장에 크게 의존해 왔다. GDP가 성장하면 그만큼 우리의 삶도 더 윤택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때문에 GDP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다소의 희생이나 불평등도 감수했다. 그러나 GDP는 삶의 질이나 행복의 중요한 척도가 아님이 분명해지고 있다. 한 예로 구글 트렌드에 의하면 시간대별 검색 수에 있어 GDP는 삶의 질과는 거의 관련이 없으며 심지어 행복과는 반비례에 가까울 정도다. 과거 행정부가 선진국 진입의 상징으로 여겨온 OECD도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조가 경제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더 이상 GDP 중심적인 또는 성장일변도의 정책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을뿐더러 그러한 정책 자체가 선진국형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도 잘 사는 한국을 만들 수 있을까.
첫째,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다. 물질문명은 정신문명을 자산 삼아 발전한다. 그러므로 정신문명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의 물질문명 발전은 없다. 따라서 '경제 살리기'로 대표되는 물질문명 일변도 사고는 자칫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동반 추락을 가져올 수 있는데 벌써 그러한 징후가 보인다.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틈도 주지 않고 물질문명에 몸 바치도록 밀어붙이는 다수의 직장이나 GDP 등을 들이대며 경제일변도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대책에는 삶을 성찰할 시간의 소중함에는 별 관심 없음이 한국의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성적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 늦기 전에 정신문명의 회복과 창달에 투자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더러 지속가능한 물질문명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삶의 질 개념이 추가된 GDP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이다. GDP 또는 GNP에 환경 비용을 고려한 그린GDP 또는 환경GNP 개념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되어온 바, 이를 정식으로 채택하거나 기존 GDP에 병행할 수 있다. 한 예로 그린GDP는 협의로는 GDP 성장으로 발생된 대기, 물, 토양, 소음 등 각종 공해로 인한 직간접 피해나 복구비용 등을 차감하는 것이나, 광의로는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자살, 범죄, 공동체 파괴 등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와 그 복구에 소요되는 사회적비용까지도 차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GDP를 매년 측정해 발표하고 그것으로 발전의 척도를 삼으면 도리어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 과거에는 필요악쯤으로 여기던 환경 개선, 공동체 개발,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즈 및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보통신기술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회의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도 있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각종 정보 공유나 교육이 가능하다. 또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삶의 질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추천하는 스마트 공간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하라리 박사가 '사피엔스'를 저술한 동기 그대로 일상에 함몰된 피폐한 삶 속에 사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GDP 성장률과 '더 나은 삶의 질 지수'라는 두 과목에 대해 모두 초라한 성적을 받은 지금 모두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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