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시총 47조원 증발속
주식 매도로 투자손실 최소화
로보포트폴리오는 3%대 수익
주식 매도로 투자손실 최소화
로보포트폴리오는 3%대 수익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브렉메인)를 예측하고 있을 때, 로보어드바이저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미리 예측해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오히려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과 자문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빅테이터를 특정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형 홈트레이딩시스템 티레이더는 지난 24일 브리메인 기대감에 코스피지수가 2035선을 돌파한 11시경 강력한 매도 신호를 보냈다.
티레이더의 코스피 60분봉 차트도 이날 12시를 기해 '안개'를 표시했다. 이 표시는 유안타증권이 자체 개발한 심볼로 햇빛은 대세 상승구간, 안개는 대세하락 구간을 의미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11시 강력 매도 신호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재빨리 보유한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또 유안타증권의 인공지능(AI) 추천 포트폴리오인 로보포트폴리오는 이날 12시 삼성코덱스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량 매수했다. 로보레이더 포트폴리오는 유안타 증권과 계약을 맺은 투자자들이 로보레이더에게 운용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인버스 ETF는 주가 하락 시 투자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다. 그 결과 2거래일 간 3.43％(한국펀드평가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
쿼터백투자자문의 '키움 쿼터백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도 브렉시트 당시 1.18％(펀드닥터 기준)의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브렉시트 열흘 전 위험 관리 신호에 따라 유럽 주식을 전량 매도해 위험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조홍래 쿼터백투자자문 운용본부장은 "영국 내 의원 피살 사건 이후 데이터가 빠르게 정상화되며 데이터에 따라 유럽주식을 소량 편입하면서도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시장의 위험지표 신호를 보내 기존대비 50∼60％만 투자하는 위험관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환 변동성, 파운드 움직임, 독일 장기 금리 역전, 현물·선물 역전 현상 등 시장 내 위험 요인들을 로보어드바이저가 분석해 브렉시트를 예측했다는 평가다.
쿼터백투자자문의 블랙스완 예측은 이번이 두 번째다. 양신형 쿼터백투자자문 대표는 4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시점,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의 급락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 주식 비중을 40％에서 10％로 줄였다"며 "우리가 감지하지 못했던 타이밍을 알고리즘이 먼저 찾아내는 신의 한 수를 보여줬다"고 밝힌 바 있다.
쿼터백투자자문 측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브렉시트 이후 장세도 예측했다. 조 본부장은 "지난 금요일 급락은 일종의 오버슈팅(overshooting)으로 시장의 공포가 급하게 집중되며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버슈팅이란 상품이나 금융자산이 일시적으로 폭등 혹은 폭락했다가 장기균형수준으로 수렴하는 현상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높게 유지되겠지만 곧 균형가격으로 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인간은 블랙스완에 따른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브리메인에 무게를 두고 브렉시트 자체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5일 보고서에서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 투표를 근거로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투표 이후에 대한 걱정이 현실로 다가와 잔류로 결정나기 마련"이라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능성에 대해 잔류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도 브렉시트 투표 직전 여론조사들이 온라인조사에 탈퇴 지지층이 더 많이 분포돼 있다는 점을 들어 "여론조사에서 보이는 탈퇴지지율 상승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브렉시트는 발생했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7조원이 증발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안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인간이 주가가 하루 만에 100포인트 하락하는 날을 예측할 수 있겠냐"며 "인간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손실을 안고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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