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로열티 주장 움직임 등 의약품 제조원가 상승 우려 불구
설문조사서 56.3% "계획 없다"
원료별 현황 파악 · 전략 세워야
설문조사서 56.3% "계획 없다"
원료별 현황 파악 · 전략 세워야
아프리카 남부에 거주하는 부시맨족인 샨족은 장기간 수렵에 나갈 때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식물 후디아 고르도니를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연구기관인 과학·공업연구평의회(CSIR)는 1997년 후디아의 성분에서 식욕억제 효과를 가진 생리활성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 특허 사용권을 제약사인 영국 파이토팜에 넘겼는데, 남아공의 한 변호단체가 이에 대해 보상 없이 전통지식을 가로채는 '생물 해적행위'라고 주장하며, 부시맨족에게 사례를 지불하도록 CSIR과 파이토팜에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현재 후디아를 수확하는 모든 기업은 부시맨족에게 사용료를 내고 있다.
이같이 생물자원 이용에 따른 보상 이슈가 세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아직 변화하는 상황에 긴밀하게 대처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우리나라에서 2014년 10월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대한 내용으로, 생물유전자원의 제공국과 이용국의 이익 공유를 골자로 한다.
환경부,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해외 생물자원 이용이 많지만, 기업들은 자사 연구개발 활동이 나고야의정서와 관련이 적은 것으로 판단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0월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56.3％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동종업계 동향을 주시한다는 응답이 26.8％로, 발효 후 1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대응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유사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지만 업계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천연물신약을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천연물신약의 나고야의정서 적용 여부와 그로 인한 원가상승 여부를 계산하면서 개발을 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나고야의정서는 발효됐지만 별다른 정보가 없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 피해 규모가 추상적이고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환경부 주도로 나고야의정서 국내이행법률안을 만들었지만 지난 회기 국회에서 폐기됐고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나 연구자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국내 관련법에 근거한 컨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생물자원 강국인 중국이 나고야의정서에 비준하고 오는 9월 6일 공식 당사국이 될 예정이어서 발등에 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업계는 천연물신약 원료인 쑥, 말린 은행잎 등 많은 부분에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들여오는 정도지만 향후 중국이 자국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매출별 로열티 등을 주장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일부 업체는 중국산 원료를 이용해 연구개발(R&D)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향후 중국 측의 이익공유 요구를 고려해 국내산 원료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나고야의정서 이행법률안 관련 조례를 국무원에서 심의 중이다. 유럽연합(EU)도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내부 규칙을 만들었고,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의무가 발생했다. 이에 EU 회원국의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을 이용할 때는 당사국과의 합의 조건에 따라 이익공유를 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이익공유는 사적 계약으로, 사안별로 이익공유 방식과 규모가 다양하므로 품목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나고야의정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료는 수입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이 특허 사용권을 제약사인 영국 파이토팜에 넘겼는데, 남아공의 한 변호단체가 이에 대해 보상 없이 전통지식을 가로채는 '생물 해적행위'라고 주장하며, 부시맨족에게 사례를 지불하도록 CSIR과 파이토팜에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현재 후디아를 수확하는 모든 기업은 부시맨족에게 사용료를 내고 있다.
이같이 생물자원 이용에 따른 보상 이슈가 세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아직 변화하는 상황에 긴밀하게 대처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우리나라에서 2014년 10월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대한 내용으로, 생물유전자원의 제공국과 이용국의 이익 공유를 골자로 한다.
환경부,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해외 생물자원 이용이 많지만, 기업들은 자사 연구개발 활동이 나고야의정서와 관련이 적은 것으로 판단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0월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대응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56.3％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동종업계 동향을 주시한다는 응답이 26.8％로, 발효 후 1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대응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도 유사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지만 업계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천연물신약을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천연물신약의 나고야의정서 적용 여부와 그로 인한 원가상승 여부를 계산하면서 개발을 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나고야의정서는 발효됐지만 별다른 정보가 없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 피해 규모가 추상적이고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환경부 주도로 나고야의정서 국내이행법률안을 만들었지만 지난 회기 국회에서 폐기됐고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나 연구자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국내 관련법에 근거한 컨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생물자원 강국인 중국이 나고야의정서에 비준하고 오는 9월 6일 공식 당사국이 될 예정이어서 발등에 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업계는 천연물신약 원료인 쑥, 말린 은행잎 등 많은 부분에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들여오는 정도지만 향후 중국이 자국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매출별 로열티 등을 주장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일부 업체는 중국산 원료를 이용해 연구개발(R&D)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향후 중국 측의 이익공유 요구를 고려해 국내산 원료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나고야의정서 이행법률안 관련 조례를 국무원에서 심의 중이다. 유럽연합(EU)도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내부 규칙을 만들었고,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의무가 발생했다. 이에 EU 회원국의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을 이용할 때는 당사국과의 합의 조건에 따라 이익공유를 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해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이익공유는 사적 계약으로, 사안별로 이익공유 방식과 규모가 다양하므로 품목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나고야의정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료는 수입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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