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디지털산책] 넷플릭스가 탐낸 한국 콘텐츠](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06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넷플릭스가 탐낸 한국 콘텐츠")
지난 6월 30일 넷플릭스 CEO 리드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월 7일 한국에서 사업을 개시한 이후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어떠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지 기대가 모아졌었다. 역시, 이 발표회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모양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은 다양한 면에서 비판받고 있다. 넷플리스는 시장마다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미국 시장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 일부 콘텐츠는 모자이크 또는 블러처리되어 있다 등등. 외국 제작 콘텐츠보다는 자국 제작 콘텐츠를 좋아해 한국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예, 왓챠플레이)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시할 수 있는 불만이며, CEO의 방한 회견을 통해서도 이 비판들이 그다지 누그러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사란도스(Ted Sarandos)가 함께 방한을 했다는 점이며, 한국 콘텐츠의 제작을 상당한 강조를 했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한국드라마를 소재로한 '드라마 월드', 6개국 글로벌 서바이벌 프로그램 '얼티밋비스트마스터' 등의 한국 제작 콘텐츠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점을 역설했다. 전세계 가입자 8100만명, 190여개 국가 진출, 북미 인터넷 트래픽의 35% 차지의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어쩌면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서 보다는, 한국 콘텐츠 제작 및 공급 시장으로서 의미가 더 커 보인다. 이번 방한에서도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데 넷플릭스 경로가 가장 빠르고, 저렴하고, 효과적일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 산업이 오히려 이 사실에 더욱 주목해야 하며, 오히려 너무 가볍게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우려된다. 미국의 TV 및 영화 콘텐츠 제작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상영에 대해서는 자체 경로는 개발하기보다는, 넷플릭스, 야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MSN, 애플 등 인터넷 업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터넷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가격이 상승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은 하락하는 건전한 콘텐츠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일부의 연예인 및 연예 기획사에 의존하는 콘텐츠 다양성의 빈곤에 시달려, 모든 미디어 매체들이 거의 기존 공중파 방송물을 재방송하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과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시장의 건전성이 확보되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TvN이나 JTBC의 자체 제작 드라마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실은 기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기존 콘텐츠 제작자들의 분발이 요구되고,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위한 보다 활발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체 지역 콘텐츠 제작으로 자체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편협된 시각의 전략을 극복해야 하며, 다양한 외국 제작 콘텐츠의 국내 소비와 더불어 국내 제작 콘텐츠의 활발한 외국 유통을 적극 추진할 때가 됐고, 넷플릭스도 이 구도에 적절한 협력자로서 활용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콘텐츠 유통업자들(특히, 인터넷 유동업자)의 다양한 전략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월정액뿐 아니라, 편당 과금, 일부 콘텐츠 무료 제공 등의 다양한 가격 전략과 전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시청 가능한 서비스 등 기존 유통 경로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시청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 DVD에 방영 순위가 밀렸던 인터넷 경로가 지금 보다 훨씬 빠르게, 극장 개봉과 더불어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외국의 새로운 추세는 그래서 놀랍지 않다. SK 브로드밴드와 CJ 헬로비전의 합병도 공정위의 독과점 차원 심사에만 주목하지 말고, 거대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 제작을 유도하는 보다 부가가치적인 요청이나 조건을 더불어 고민하기를 바란다. 넷플릭스의 부진 타개 노력이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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