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다룬 웹툰 '전체이용' 반발
학부모 등 고소·아고라 청원
등급심의는 사업자 자율결정
일부선 "모니터링 강화 최선"
학부모 등 고소·아고라 청원
등급심의는 사업자 자율결정
일부선 "모니터링 강화 최선"
인터넷 방송에 이어 폭력·선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웹툰을 둘러싸고도 "정부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다"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 학부모가 네이버 웹툰을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모씨(42·서울)는 지난달 29일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네이버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네이버에서 지난 2014년 7월부터 연재, 지난 5월 13일 완결된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웹툰 '후레자식'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다수 담고 있는데도 '전체 이용가'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다음 커뮤니티 '아고라'에 '평범한 아빠의 네이버 고소 이유, 웹툰의 전체 이용가 진실'이란 게시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웹툰 심의 강화에 동의 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네이버 웹툰이 아무런 제재나 안전망 없이 청소년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두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그는 게시글에서 "얼마 전 아이와 인기 있는 웹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살인자인 아빠가 아들을 살인자로 키우는' 소재의 웹툰이 전체 이용가란 소리를 들었다"며 "네이버는 영리만이 목적이고, 사회적 책임과 윤리는 버린거냐"고 했다. 현재 이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며, 아고라에 동의서명을 요청한지 6일 만에 3만명이 서명했다. 이에 동조한 이들은 "최근 네이버 웹툰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극에 달했다"며 "작품을 올리기 전 검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네이버는 지난 4일 이 작품의 이용등급을 만 18세 이상으로 올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등급 설정 당시 이 작품은 청소년 성장 드라마를 주제로 한 스릴러 장르로 보고 전체 이용가로 정했다"며 "하지만 특정 그림을 놓고 보면 이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고 판단, 작가와 협의 끝에 등급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웹툰에 대한 불만이 들어온다고 모두 이용등급을 변경하고 있지는 않다"며 "작가와의 협의가 이용등급 설정에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네이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 기준에 따라 웹툰을 자율 심의하고 있다. 등급심의는 저작자와 사업자 등 정보제공자가 노출·성행위·폭력·언어·마약, 도박 등을 수위에 따라 0~4등급으로 자율 구분, 관람연령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툰 연재를 결정할 당시엔 모든 원고가 나와 있지 않다"며 "내부 지침과 방심위 기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지침 등을 참고해 작가와 협의한 뒤 등급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의 선정성을 비판하는 것과 달리 한 쪽에선 표현의 자유를 들며 규제 강화에 맞서고 있다. 만화가 A씨는 "한국의 모든 문화콘텐츠 창작자들은 창작 고통 외에도 보수적 생각을 가진 상대와 싸워야 한다"며 김씨의 아고라 동의서명에 반대표를 던졌다. 시민단체인 오픈넷 관계자는 "규제 강화는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고소로 '제2 레진코믹스' 사건이 발생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해 3월 성인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로 차단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번복했다.
정채희기자 poof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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