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와 전망] 아베노믹스와 `승자의 저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8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아베노믹스와 `승자의 저주`")
아베 총리는 취임 이듬해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경제를 회생하기 위해 초완화 통화정책, 확대 재정정책, 구조개혁을 골자로 한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행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15년의 디플레이션을 종식하기 위한 첫 번째 화살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연 60~70조엔의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다음해 2014년 10월 다시 연 80조엔($7330억달러)으로 그 규모를 늘렸다. 매입자산은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뿐 아니라 기업채권, 상장지수펀드, 부동산투자신탁 등도 포함한다.
비록 일본당국은 부인하고 있으나 엔-달러 환율은 양적완화 통화정책의 가시적인 성과지표이고 사실상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가늠한다. 2012년 달러당 80엔대에서 2015년 120엔을 넘어서자 일본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으며 주식시장도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금년초 중국의 외환불안이 국제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엔-달러환율은 반등했다. 이에 2월 일본중앙은행은 예금은행이 예치하는 일부 지불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금리를 부과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국채시장가격이 발행가격을 웃돌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 마이너스 금리시대를 열었다.
지난달 브렉시트로 엔-달러환율이 연초에 비해 20% 가까이 상승, 엉뚱하게도 일본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최근 일본 국채의 87%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선호에 그 배경이 있다. 사실 일본국채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9년째 계속된 세계경제의 침체에 대응해 선진국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수행한 결과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예를 들자면 일본국채의 1/3이상이 일본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년말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30%에 달해 신용등급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일본국채가 어떻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베노믹스의 첫번째 화살이 겨냥하는 엔저가 세계최대 자산국(資産國) 일본의 대외자산가치를 더욱 높이게 되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한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엔저시기인 2015년말 대외자산에서 대외부채를 차감한 순대외자산은 339.3조엔이다. 한편 엔고시기였던 2011년말 순대외자산은 265.7조엔이었다.
4년전과 비교할 때 엔저에 따른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해외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대외부채가 2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순대외자산이 75조엔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해외에 투자한 엔화표시 대외자산의 평가가치가 늘어난 데 가장 큰 배경이 있다.(순대외자산을 달러화로 표시해도 마찬가지다. 이때 엔저는 대신 대부분 엔화로 표시된 대외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를 가진다.)
이와같이 엔화가치의 하락은 자산국 일본의 순대외자산의 가치를 더욱 높임으로써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에 대한 잠재수요를 자극한다. 이 때 중국의 외환불안이나 브렉시트와 같이 실제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일어날 때 일본중앙은행의 의도에 어긋나게 엔화환율은 급절상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세계 최대자산국의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랜 세월 이룩한 대외수지흑자를 재투자한 데서 비롯한다. 그러나 오늘 일본이 처한 현실을 보건대 자산은 더이상 흑자국의 전리품이 아니며 오히려 승자의 저주로 돌아왔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