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파트너
![[포럼] 스타트업, 동남아서 기회 찾아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902102251813001[1].jpg "[포럼] 스타트업, 동남아서 기회 찾아야")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한 90년대 후반부터 약 20년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 담고 있다. 90년대 후반과 지난 20년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풍성해졌다. 그럼에도 생태계가 보다 발전할 수 있다고 낙관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관심을 가진 민관 관계자들에게 2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는 한 유명 게임에 나오는 '좋은 것을 얻으려면, 오래 걸립니다'라는 대사처럼, 역사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엔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까지 보통 8~9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 벤처캐피털의 젖줄이자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축인 모태펀드는 2005년에 30년 기한으로 시작됐고, 모태펀드의 긍정적 영향력에 관계자들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네이버가 첫눈을 2006년에 인수했으니, 라인 상장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초기 기업 전문 벤처 캐피털인 본엔젤스는 엔젤투자 활동을 2006년에 시작했고, 2010년 법인 전환 시점에 이윤을 낼 수 있겠냐는 의문 섞인 질문도 받곤 했지만, 작년 민간으로만 이뤄진 신규 펀드의 결성과 새로운 파트너들의 합류 등으로 이제 지속가능한 토대를 마련했다. 2007년에 공동창업한 게임제작의 명가라는 비전을 가진 블루홀도 수많은 난관 끝에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업계에는 깜짝 스타도 있고,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혁신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좋은 것에는, 역사에는 정말이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절대적인 시간 속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믿음과 비전을 잃지 않고 꾸준히 정진했기에 지금의 풍성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다고 믿는다.
또 한 가지는, 역사를 이루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더더욱 일관된 장기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하며, 특히 동남아·인도 시장을 장기적인 방향성 중의 하나로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인구 기준 상위 20개 도시 인구가 미국의 상위 20개 도시 인구와 비슷하다는 통계에서 보듯, 한국 시장도 스타트업에게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과 같은 스타트업과 경쟁력 있는 게임사들이 계속 출현하는 것도 한국 시장의 크기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90년대 후반 온라인게임부터 시작된 글로벌 진출의 사회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진출하기 위한, 혹은 특정 글로벌 시장만을 공략하는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향후 10년을 바라보면, 해당 시장의 성장성, 현지의 IT 인프라 발전 속도, 현지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인재 부족 현상, 한국과의 시차가 작기에 협업이 다소 용이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동남아, 인도 시장은 잠재 가능성이 무궁하다.
인도 시장 대상의 스타트업 '트루밸런스'의 이철원 대표는 와이더댄 재직 시절부터의 동남아, 인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창업했다. 미국 기업용 서비스 시장을 노리는 NFLabs는 한국인 CTO와 미국 기업용 서비스 회사에서 일했던 한국계 미국인 CEO가 함께 일하고 있다. 알테아는 강대업 대표가 티몬의 동남아 진출 시도 당시에 함께 했던 말레이시아 직원과 함께 창업한 경우다. 본엔젤스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의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2~3년 전부터 한국계가 공동 창업자인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인 시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닷컴 버블 시절, 무턱대고 해외 진출을 하던 때와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현 세대는 외국어를 훨씬 편하게 구사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도 늘었으며, 이미 해외 진출을 경험한 경우도 많이 늘었다. 또한 서울, 부산 등은 전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만큼 발전했다. 한국의 전력이 확실하므로, 동남아·인도 시장을 중요한 목표로 삼아 앞으로 또 10년을 나아간다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시 한번 진일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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