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관련 일부 내용
'회사 책임 면제' 의미로 해석
인터파크 해킹 여파 우려 증폭
'이용자 중대과실' 법령도 문제
'회사 책임 면제' 의미로 해석
인터파크 해킹 여파 우려 증폭
'이용자 중대과실' 법령도 문제
인터파크 해킹의 여파로 2차 피해 우려가 지적되는 가운데, 간편결제 등 일부 온라인 서비스 업체의 불공정 약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인터파크와 제휴해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PAYCO)'를 제공하는 NHN엔터테인먼트의 서비스 약관에 명시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책임소재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코 서비스 약관 제24조(회원정보의 관리) 3항은 "회원은 회원의 아이디(ID), 비밀번호 또는 결제비밀번호가 도용되거나 제3자가 무단 사용하고 있음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회사에 통지하여야 하고 (중략) 회사에 이를 지체 없이 통지하지 않거나 통지한 경우에도 회사의 안내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도용 또는 제3자의 무단 사용으로 인한 손실이나 손해에 대하여 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돼있다.
즉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사용자가 먼저 알게 된 경우 회사에 통보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회사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보안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나섰다. 한 보안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책임은 사업자가 우선적으로 지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많은 사용자가 유사한 계정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책임회피를 위한 조항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단 페이코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관련 사업자 전반에 만연한 문제"라고 역시 지적했다.
법률상의 문제점도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2·3항에 명시된 '이용자 중대과실' 조항에 따르면, 전자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약관'에 명시된 보안 의무를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면 이를 이용자의 중대한 과실로 판단, 금융사나 전자금융 사업자가 손해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자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의 보안 프로그램 설치 여부나 금융 사기에 당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피해 사실에 대한 과실 증명을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책임 회피의 의도는 없으며, 사업자와 소비자가 모두 보안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약관의 취지는 '선제적이고 빠른 조치로 추가적인 손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페이코 결제 정보는 결제 시에는 카드사가 내려준 가상번호와 일회용 토큰을 사용해 신용카드 정보는 아예 페이코 시스템에 저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재운기자 jw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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