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란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포럼] 학술정보 공유 플랫폼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0902102251788001[1].jpg "[포럼] 학술정보 공유 플랫폼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학술정보 측면에서 분야별 편차는 있으나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국내 연구자들이 활용하는 저널 80% 이상이 해외에서 출판된다. 쉽게 말해 우리는 '정보수입국'이다. 그러나 제한된 도서관 예산의 증가에 반해 해외 학술정보는 대체재가 없는 학술정보 가격 특유의 비탄력적 속성으로 인해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00년대부터는 디지털 학술정보의 생산과 유통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이용자는 인터넷을 통해서 편리하게 원하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학술도서관이 전자저널과 웹DB 등 전자자료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의 증가도 큰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전통적 인쇄저널과는 달리 전자저널은 도서관이 소유할 수 없고 한시적인 접근권만 제공받을 뿐이다. 또한 소위 빅딜이라는 이름의 패키지 계약으로 접근 가능한 학술지 종수를 크게 늘리는 대가로 출판사들의 학술지 끼워 팔기 전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급기야 지난 2012년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장이 학술저널 시장을 과점한 일부 대형출판사들의 일방적 가격인상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면서 하버드대학 교수와 연구자들에게 연구논문을 오픈액세스저널에 무료로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학술논문 생산자들이 2100명에 이르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저널 구입비를 지출하고 있는 하버드대학의 도서관장이기에 취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글로벌 학술정보 생태계에서 우리나라의 해외의존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대학도서관만 보더라도, 2015년 통계를 보면 국내 260개 4년제 대학도서관의 자료구입비 총액 약 2265억원 중 약 1500억원(66.3%)이 전자자료 구입에 배정됐다. 그 중 약 1250억원(83.3%)이 해외 전자자료 구입에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국가주도형 컨소시엄 추진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610개 국내 대다수의 산학연 도서관이 참여하는 학술정보 컨소시엄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참가기관들의 가용 정보자원이 크게 증가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최근 공동구매를 통해 협상능력도 높이고, 구독비용 절감 등 유리한 구독조건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해외 학술정보시장의 상업화 및 독점 가속화에 따른 협상 난항과 국내 대학의 재정 악화 등 여러 내외부 요인이 엮이면서 학술연구 정보의 비중이 높은 대학을 중심으로 불만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한편 이렇게 어려운 환경일수록 산학연 참가기관간 결속력을 더욱 강화해 상호 윈윈하는 건강한 학술생태계를 키우고, 공급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을 더욱 키워가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14일 기획재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결정하며 해외전자정보 공동구매 기능을 201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으로 일원화해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정보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려면 산학연이 함께 하는 학술정보 컨소시엄이 제 역할을 하고, 개별도서관은 물론 국가적 이익을 최대한 보장받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컨소시엄 운영 전담인력의 확대와 전문화, 참가기관 중심의 투명한 컨소시엄 운영, 참가기관과의 의사소통 활성화 같은 운영 측면의 혁신과 전자원문 게이트웨이 서비스와 인쇄저널을 포함한 국가적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제공, 전자정보 이용통계 시스템을 통한 참가기관 의사결정 지원 같은 서비스 측면의 충실화는 시급한 과제다.
앞으로 학술정보 생태계의 건전한 선순환을 위한 최선의 대안은 오픈액세스, 즉 공공재인 학술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공적 자금이 투자된 연구 성과물은 물론이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는 오픈액세스 운동은 이제 국제적 추세다. 대형 출판사들까지도 그 압력 앞에서 오픈액세스 저널 출판 등 콘텐츠의 오픈 범위를 조금씩 확대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도서관 등 산학연 참가기관과 주관기관인 KISTI가 합심해 향후 오픈액세스의 글로벌 추진에 동참하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갖추고 미래에 대응하는 체제가 제대로 구축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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