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요즘 정말 찜통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근래 낮 최고온도가 35도를 오르내린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온도는 잔디밭 위에서 직사광선을 피한 백엽상에서 측정한 온도이고, 도심에서는 아스팔트의 복사열과 건물의 에어컨이 뿜어내는 열기, 건물 사이로 공기흐름의 정체현상 등으로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온도보다 2~3도 씩 더 높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들이 다니는 광주 도심에서 실제 측정한 온도가 41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런 찜통 더위가 9월 중순까지는 계속된다니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에 기상청의 일기예보도 정확도가 떨어져서 사람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기상청에 500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도 도입하고, 꽤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의 일기예보는 예전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일기예보에 의존도가 높은 야외행사 계획이나 휴가계획 등이 엇갈린 일기예보 탓에 망가진다면 허탈하고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수 년 간 여름 장마철에 강우예보의 정확도는 50% 내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상청은 나름대로 답답한 형국이다. 최선을 다해 예보해도 올해같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상적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번번이 일기예보가 맞지 않아 국민들의 질책 어린 눈총을 받느라 속이 탄다.
일기예보의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인자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인자가 있다. 첫째는 각종 기상자료의 수집이고, 둘째는 컴퓨터와 일기예보 모델이며, 셋째는 예보관의 경험과 판단이라고 한다.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지려면 전 세계의 여러 국가와 관측지점,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수집되는 기상자료가 풍부하고 정확해야 하고, 수집된 엄청난 양의 기상자료를 순식간에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와 현실성 있는 기상도를 예측해 낼 수 있는 기상예측모델이 있어야 하고, 예측모델이 만들어 낸 기상도를 해석하는 예보관의 풍부한 경험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많은 기상정보를 수집하고 계산해 내는 컴퓨터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적합한 기상도를 그려주는 모델과 모델의 정확성을 발전시키는 연구 인력양성에는 다소 소흘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모델이라는 것은 여러 자료를 입력하면 알고자 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블랙박스다. 모델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과거 자료의 추세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 내는 경험적 모델이 있는가 하면 현장을 소규모로 축소해 만들어 놓고 조건을 달리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을 조사하는 물리적 모델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의 영향방정식을 만들고 필요한 자료를 대입하여 풀어냄으로서 예측이 가능한 수학적 모델이 있다. 일기예보에 사용되는 모델은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자료를 입력하고 각 기단이나 바람 등 온갖 인자들의 다음 순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다음 순간을 예측해 나가면서 결국 하루 후 또는 일주일 간의 날씨를 예측하게 되는 수치모델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순간에 대기 중의 어느 한 인자가 돌발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결국 그 이후의 날씨는 예측이 틀려지는 결과를 낳게된다. 마치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나침반이 어느 순간 조금 어긋난다면 결국 도착지는 엉뚱한 곳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일기예보가 정확해지려면 항상 기상 모델의 예측결과를 재평가하고, 우리나라 주변의 기상인자들의 변화와 영향의 대소를 조사하고 반영해 모델을 보정해야 하며, 이러한 일들을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수행하는 연구 인력이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국립기상과학원은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근무여건으로 연구원의 이직률이 높고, 인력의 충원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고 정확한 일기예보를 기대하기가 난망하다.
고대에는 요즘 기상청이 하는 일기예보는 천기라고 했다. 적벽대전의 승패는 결국 바람의 방향이 결정지었다. 천기를 미리 안 제갈량의 계략에 조조는 대패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도망갔다. 일식과 월식을 포함하여 강수, 태풍을 알려주는 일기예보란 예전에는 천자 혹은 천재 전략가가 혼자 알던 천기를 이제는 기상청이 모든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천기누설 행위이다. 어찌 쉽겠는가. 국민들은 찜통 더위에 일기예보마저 맞지 않아 힘들겠지만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서 온갖 힘을 다하여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청 관계자를 격려해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아량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한편 기상청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기상과학의 발전과 수치모델의 보완, 기상인력의 양성을 위한 정규직 연구원의 증강, 예산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의 시대에 정확한 기상예보는 천금 이상의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